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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변화유발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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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당신의 일에 있어 최근 5년 사이 일어난 큰 변화 3가지가 있다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어느새 '일하는 여자'로 살아온 지 28년. 딱히 큰 변화를 꾀하기 쉽지 않은 연차다. 그럼에도 내 커리어에 있어 지난 5년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신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직업, 아니 직종을 두 차례 바꾼 것이다. 5년 전 나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기업가정신센터장으로 일했다. 거기서 국내 최초의 창업 생태계 플랫폼인 디캠프를 만들고 각종 투자 펀드 세팅에 기여했다. 그 전 20여년을 기자로 일한 것에 비춰보면 이것만도 꽤 큰 변화였다.

4년 전에는 또 한 번 엉뚱한 선택을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 합류한 것이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만류했다. 삼성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더구나 기업 경험 없는 영입 임원은 설 자리가 없다.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고생이 적지 않았던 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그렇게 3년을 꼬박 채웠을 즈음, 이번에야말로 미쳤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일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워킹 우먼을 위한 멤버십 커뮤니티 서비스'를 창업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선 극히 드문 '시니어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 겸 투자자'가 됐다.


두 번째 변화는 내 평생 가장 어린, 또 가장 존경스러운 친구들과 한 팀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안 해본 일을, 잘 될 거란 보장 따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오직 고객과 동료들의 믿음에 기대어 더듬더듬 헤쳐가는 중이다. 이 막막한 길을 스물여덟, 스물아홉… 참 젊은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 성격과 취향은 제각각, 안 해본 일이 더 많지만 겁먹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고 마음의 힘이 세다. 덕분에 나도 매일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세 번째 큰 변화는 아마 연봉이 15분의 1로 줄어든 점일 게다. 이마저도 새해 들어서의 상황이고, 지난해에는 75분의 1에 채 못 미쳤다. 회사가 충분히 성장하기까지는 팀 전체에서 가장 적은 연봉을 받고 가장 오래 일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많은 이가 묻는다. 일할 만큼 하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하나만 진득하니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왜 자꾸 맥락 없는 선택을 하는 거냐고. 한데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이 참으로 논리적이고 일관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많은 이처럼 나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직장'을, 머리가 좀 큰 뒤에는 '직업'을 고민했다. 그러다 10년 전쯤 깨달았다. 내가 집중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일, 사람, 조직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편이다. 아울러 내가 원하는 최고의 보상은 '특정 분야에 변화를 촉발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내가 한 일들은 모두 이 범주 안에 있다. 그것을 좀 더 도전적이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심히 찾아온 것뿐이다.


무엇보다 나는 오래 일하고 싶다. 그러려면 젊은 친구들과 요즘 시대의 흐름을 호흡해야 한다. 그것이 곧 나의 호흡이어야 하고,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느껴야 한다. 다행히 나는 지금의 일과 동료들이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 큰 조직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이다.


물론 나는 실패한 창업자가 될 수 있다. 그래도 '그냥 가만히 있을걸' 하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사업은 망해도 나는 망하지 않을 테니. 그때도 나는 여전히 체인지 메이커를 꿈꿀 테고,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내가 할 만한 일이 있을 거다. 내가 여전히 젊고, 유연하며, 배우기를 두려워 않고, 성장을 염원한다면.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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