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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본시장활성화가 혁신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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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세종취재팀장

조영주 세종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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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김씨와 이씨가 있다. 김씨는 미국 주식에 직접투자를 했고, 이씨는 해외펀드를 통해 미국 주식에 간접투자를 했다. 김씨는 미국 A주식에서 2000만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B주식에서는 4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이씨도 미국 C펀드에서 2000만원의 이익을 낸 반면 미국 D펀드에서는 4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김씨와 이씨 모두 2000만원의 투자손실을 낸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내야 하는 세금은 다르다. 김씨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해외 주식 간 손익통산 후 순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기 때문에 2000만원의 손실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세금을 내야 한다. 미국 D펀드는 손실을 봤기 때문에 소득세가 없지만, 2000만원의 수익을 낸 미국 C펀드에 소득세가 붙는다. 이씨가 내야 하는 세금은 소득구간에 따라 최소 15.4%에서 최고 46.2%의 세율이 적용돼 최소 308만원에서 최대 924만원에 이른다.

국내 주식과 펀드에 투자를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금융상품 전체의 손익률을 따져서 수익률을 계산하는 손익통산이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과세 제도는 펀드 투자자들의 원성을 낳고 있다. 투자자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까지 나서서 '금융상품 손익통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5일에 이어 이달 21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대표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증권거래세 인하ㆍ폐지 문제와 함께 금융상품 손익통산, 손실이월공제 허용 등 자본시장 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두 번째 오찬 회동은 첫 간담회에서 논의했던 사안들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여당 대표가 직접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가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상품 손익통산, 손실이월공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꿈쩍도 않던 기획재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여당 대표가 유례 없이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힘을 실어준 영향이다. 이 대표는 처음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제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증권거래세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증권거래세법이 만들어진지 41년 만이다.

이번 자본시장 세제 개편은 증권거래세 인하ㆍ폐지로 대표되지만, 다른 문제점들도 이참에 모두 바로 잡아야 한다. 권 회장은 최근 "세제 개편은 임기 말까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과제"라고 말했다. 권 회장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투자업계, 투자자들이 원하는 일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여야 간 협의에 큰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 업계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해서는 개편 논의가 본격화 하더라도 각론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의 방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공정 과세를 위한 조치에 머물 것인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계기로 만들 것인지 등을 정한 뒤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이 달 말께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당이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만큼 자본시장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개편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형식적으로는 세제 개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야 특위의 이름과도 걸맞는다.


그동안 자본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던 각종 규제를 개혁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4차산업을 선도하는 유망 기업들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조영주 자본시장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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