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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뉴욕증권거래소 직원의 음력 설 인사

최종수정 2019.02.12 11:31 기사입력 2019.02.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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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김은별 뉴욕 특파원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특파원 생활을 하며 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첫 방문 때에는 방문 절차가 까다로운 NYSE를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증시 등락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객장의 트레이더들, NYSE가 설립될 즈음에 발행된 채권, 주가를 손으로 기록해놓은 장부 등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후 NYSE를 거듭 방문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NYSE도 중국이라는 국가의 상황, 특히 중국 기업들에 대해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ㆍ중 무역 긴장감이 높아지고 관세전쟁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비례해 NYSE의 중국 배려는 더욱 커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음력 설 연휴 기간동안 NYSE를 방문하면서 이런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이번 NYSE 방문은 미 국무부 산하 외신기자센터 주최로 이뤄졌다.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 기자들이 다양하게 참석했다.


국제공항을 방불케 하는 보안통과를 거친 후 로비로 들어서자 음력 설 인사인 '해피 루나 뉴 이어(Happy Lunar New Year)'라는 문구부터 눈에 띄었다. 무역전쟁으로 미ㆍ중간 사이가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돈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이곳에서는 중국을 외면할 수 없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NYSE 직원이 "해피 루나 뉴 이어!"라고 인사하며 기자들을 맞았다.


함께 방문한 기자들도 상당수가 중국 매체 소속이었다. 자연스럽게 질문도 중국 이슈에 집중됐다. 최근 NYSE의 대형 기업공개(IPO) 목록의 상당수가 중국 기업이라며 직원이 나서 중국 기업들의 상장규모에 대해 소개했다. 증시가 급등락하는 와중에도 중국의 대형 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기자가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상장했는지 상세히 묻자, "아주 좋은 질문"이라며 이 직원은 신나게 대답하기도 했다. 알렉스 이브라힘 NYSE 글로벌기업 기업공개부문 대표는 "아직까지 무역전쟁의 영향을 증시에서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따금 자신의 대답에 대한 일부 중국 매체 기자의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ㆍ중간 무역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중국 경기 성장세도 둔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중국의 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역으로 생각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도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위협을 느낀다는 뜻이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에 이뤄지는 중국 자본의 문화 투자도 상당하다. 뉴욕 기반의 미국프로농구(NBA) 팀 브루클린 네츠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차이충신(蔡崇信) 부회장이 11억2700만달러를 투자해 구단 지분 49%를 인수했으며, 2021년까지 추가 투자를 통해 구단을 완전히 사들일 계획이다. 설 연휴 기간 브루클린 네츠 경기에는 주뉴욕 중국총영사가 방문해 새해 인사를 건넸고, 이런모습은 공중파를 통해 방송됐다. 뉴욕 필하모닉 공연에서는 음력 설을 맞이해 연례 행사가 열린다. '돈 만 많은 중국인 이민자'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갈수록 미국 문화 속으로 침투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얘기가 있다. 물론 아시아 국가로서 중국과 다른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첨단기술과 금융 등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과 중국 모두를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한국의 경제 지위를 고려하면 말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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