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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매캐한 망언, 시대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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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유혹처럼 어둡다.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빛이 어둠을 밝히면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 곳에서 웃고 울고 때론 사색한다. 뻔하디 뻔한 일상을 떠나는 손쉽고 짧은 여행, 그래서 영화는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는 문화다.


이런 영화관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은 몰상식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타인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거나, 휴식이거나 혹은 도피일 수도 있는 시간마저 금을 가게 하는 것은 지극히 곤란하다. 물론 아이가 자라듯 사회도 성숙해서 이제는 그런 일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가보면, 한 때는 어둠 속에서 빨간 불빛들이 타오르고 전쟁터의 포연처럼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던 적이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자유로웠던 때다. 영화관 뿐이었겠나. 술집이나 식당은 당연지사이고 버스와 기차, 비행기 안에서, 심지어는 병원과 학교에서도 담뱃불은 타올랐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재떨이에 꽁초가 수북했다. 세상은 이처럼 변한다. 지금으로서는 원시시대처럼 보일만큼 간극이 크다.

인간은 평등한가? 속내로야 민중을 '개 돼지'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 운영의 기본 원리이자 가치는 평등임이 확고하다.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인간은 신분에 의해 마치 종(種)이 다른 존재들로 치부됐다. 그 때는 불평등이 상식이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였다. 세상은 여전히 험하고 고달프지만 조금씩이나마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온 것은 분명하다.


최근 불거진 '5·18 망언' 논란은 을씨년스럽다. 옆자리 사람이 담배 몇 개피를 동시에 물고 연기를 뿜어대는 것처럼 매캐하다. 숨이 막히는 답답함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누가 무슨 일을 왜 저질렀고, 누가 무슨 일을 당했는 지에 대해 밝혀진 사실들은 켜켜이 쌓여 있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일 따름이다.


이미 오래 전 폐기된 거짓이자 피해자들에게 다시 비수를 꽂는 '망언'이 공당(公黨)을 통해 나왔다는 점은 아연할 일이다. 지독한 시대착오다. 역사를 밀고 온 주된 힘은 공감 능력이다. 타인의 불편이나 고통, 그 영혼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면 야만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를 갖추지 못한 이들이 패악처럼 역사의 뒷덜미를 붙잡고 있다. 더 이상 숭고한 아픔을 후벼파고 훼손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엄정한 책임이 필요하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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