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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사불성'이면 '교사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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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송구영신을 함께한 드라마 'SKY캐슬'을 들춰봤다. 시청률 1.7%로 시작해 23%를 돌파한 신드롬 수준의 드라마. 필자 같은 게으른 시청자도 명절 재방송으로 줄거리를 꿰고, 검색창에 'SKY'만 쳐도 쏟아지는 콘텐츠들 중 몇 개만 읽어도 전모를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화제와는 달리 분해(?)해 보면 치밀한 구성이나 전개의 긴장감 말고, 교육 이슈에 대한 특별함은 못 느꼈다. 새롭다면 수억 원 연봉의 입시코디의 존재 여부와 부모에 대한 복수심으로 명문대 의대 합격 후 가출한 사례 정도가 아닐까. 나머지는 다 아는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욕망, 전쟁터와 같은 사교육 현장, 그 속에 희생되거나, 일탈하는 가엾은 아이들, 그리고 이미 알려진 교육계의 불상사나 비리, 또 있음직한 에피소드들을 잘 버무려, 보는 이들의 공감과 흥분,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잘 만들어진 픽션이었다.

그러나 교육계가 읽어내야 할 진정한 문제는 그 안에 학교와 선생님의 위상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마치, 학교 없이, 선생님 빼고, 학부모와 사교육의 야합(?)만으로 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드라마에 국한하면 다행이겠지만, 많은 이들이 현실의 오버랩을 느낀다 했다.


기억나는 선생님 장면은 학생(혜나)이 담임에게 "선생님은 왜 월급을 받으세요? 일한 대가로 받는 게 월급이잖아요." 그리곤 마지막 회, 주연급 3명이 빠진 학급의 학생들에게 "SKY 못 들어가면 인간 취급 못 받는다" 정도로 기억된다.


'논어'에는 '삼인행 필유아사'가 있다. '셋이 걸으면 나의 스승이 있다'란 얘기인데, "학교 내 필유교사"다, '학교에는 가르치는 전문직, 선생님 계신다.' "학교는 교사"라는 말 또한 있는데, 누가 학교를, 누가 선생님을 이렇게 만들었나?

통계에 따르면 교권침해 송사 등을 위한 '교직원안심보험' 같은 보험에 최근 3년 새 가입자 수가 73%나 증가했단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는 사어가 됐고, 교사 스스로가 자기방어에 나서야 하는 시대에 돌입한 지 오래라는 증거다.


수년 전 학교를 설립하면서 필자와 몇은 '교사불성이면 교사불성이라'란 슬로건을 만들었다. 실력 부족에, 부끄럽지만 선생님들의 분발을 위해 내용을 소개하자면 '교사불성(敎師不省)이면 교사불성(敎師不成)이요, 교사불성(敎師不誠)이면 교사불성(敎師不盛)이며, 교사불성(敎師不醒)이면 교사불성(敎師不聲)이라'란 조어다.


그 뜻은 '교사로서 살피지(省) 아니하면, 교사가 될(成)수 없고, 교사로서 정성을(誠) 다하지 않으면, 교사로 성(盛)할 수 없으며, 교사로서 깨치지(醒) 아니하면, 교사로 소리(聲) 낼 수 없다'란 의미이다. 혹여 라임만 맞춰 끼운 억지라 해도, 변명할 여지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교사는 학업과 진로를 위해 늘 학생들을 살펴야 하고, 교육에 있어서는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고, 또 학생들보다 더 고민해야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 어찌 보면 평범한 진리이자, 전술한 '혜나'의 "선생님은 왜 월급을 받으세요?"란 비아냥을 막아낼 근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금번 드라마의 히트가 작금의 현실에 더해져 마치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전형'마냥 호도돼서는 안 된다. 그건 강남 사교육들이 '불감청, 고소원'하는 얘기고, 식자들은 '수능'을 '다이아몬드 전형'이라고도 한다. 푸는 방법과 정답을 전문가들이 떠 먹여주고, 기계식으로 각인시키는 공부 방식에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왜, 입시며, '생기부'며, '학종'에 학부모와 사교육이 나서야 하는가? 이는 그들의 월권이며, 학교와 교사의 배임 문제는 아닐지, 아니면 우리 교육정책에 심대한 오류는 아닐는지, 지금 따져 봐야 할 때다. 유행어가 된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 대사가 입시 코디가 아닌, 우리 선생님들의 명대사가 되는 날, 우리 교육은 바로 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호순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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