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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형 레몬법'이 정착하려면

최종수정 2019.02.01 11:15 기사입력 2019.02.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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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형 레몬법'이 정착하려면

자동차 교환ㆍ환불 프로그램인 일명 '한국형 레몬법'이 1월1일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대대적 홍보로 국민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다. 필자는 지난해 칼럼과 방송 등을 통해 한국형 레몬법은 홍보성 경향이 큰 의미 없는 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결격사유가 많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데 한계가 컸다.


아직까지 일선에서는 레몬법에 대한 인식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신차 구입 시 소비자가 언급해도 판매사에서는 강제 사항이 아니며 계약서상에 명기하지 않아 의무사항도 아니라고 하는 실정이다. 현 시점에서 관련법을 적용한 경우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뜬 구름 잡는 기대감만 준 허무한 법안이 된 것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레몬법을 흉내내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자 중심의 기초 법안이 미국식 레몬법의 통용을 도왔음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무한대급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제조사가 수천억 원의 벌금을 내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제조사가 진다. 즉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제조사가 입증토록 하고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반면 한국은 소비자가 입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 확실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경우에도 소송에서 100% 패소한다. 심지어 우리는 신차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나 판매자가 교환, 환불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 설사 관련 내용이 있더라도 제조사가 발뺌하면 그만인 상황이다. 일반 하자와 중대 하자를 구분하는 전문가 위원회가 있어도 제조사 측 전문가 의견을 물리치고 수많은 사례를 구분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법에는 신차 구입 후 6개월 내에는 제조사 측에서 신차의 문제점을 밝혀야 하고 6개월 이후에는 소비자가 밝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을 설정한 근거를 전혀 알 수 없다. 실제 필자는 한국소비자원에서 자동차 분야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년간 다양한 사례를 경험해왔으나 어느 하나 쉬운 부분은 없다. 관련 법안 자체를 너무 쉽게 봤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2~3건의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이 나서 소비자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이에 제조사는 부담을 느끼고 소비자를 위한 배려나 보호에 앞장서게 된다. 이렇듯 강력한 소비자 중심 제도 아래 레몬법이 시행되는 만큼 신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진해서 교환ㆍ환불이 진행되며 정신적 보상이나 시간적 보상 등도 이뤄질 수 있다.

현재 담당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제조사가 거부할 경우 레몬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관련법이 제대로 마련돼 진행된다면 국내외 제조사 누구나 예외 없이 레몬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지난해 BMW 차량 화재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제조사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등이 계류 중이다. 향후 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한국형 레몬법도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레몬법 준비와 별개로 '소 뒷걸음 치다가 쥐잡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토교통부 담당부서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소비자들은 그동안 자동차 분야에서 심각한 푸대접을 받아왔다.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제대로 받은 사례가 거의 전무할 정도로 심각한 왜곡상태였다. 이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담당부서는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해 왜곡된 시스템을 바로 잡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ㆍ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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