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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단절과 버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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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나라 경제가 좋아지고, 개인들의 생활 수준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경제 분석을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쯤이었을까. 기억에선 사라진 지 오래인 듯싶다. 새해를 핑계 삼아 점심 국밥을 함께한 한 오랜 지인은 "'위기'는 이제 일상 언어가 됐고, 나이 먹을수록 버티는 게 최선이라는 말에 더 공감한다"는 송년회에나 어울릴 만한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응…." 되묻기도 어려운 진지함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 증가와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을 정부가 밀어붙인 지 20개월을 넘겼다. 경제 정책이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기대가 큰 데 비해 더뎠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만한 의미 있는 지표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세밀하게 떼어 보면 2.8% 수준의 민간소비 증가율을 포함해 가계대출 연체율 0.26%와 제조업 평균가동률(2018년 9월 기준) 73.9% 등 조금 나아진 지표도 있다. 하지만 우세를 점한 위기론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망국론에 맞서기엔 초라한 지표인 게 사실이다. 특히 밥벌이하는 개인들의 심리는 부분적으로 나아진 지표보다 '생존여탈권'을 쥔 최고경영자(CEO)의 한마디 그리고 반도체, 자동차, 건설 등 주력 산업 시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교롭게도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소득과 자산 격차의 확대는 상대적 결핍마저 키웠다. 통계치를 뜯어볼 여력이 없으니 보기 좋게 던져진 소득 격차와 자산 격차 지표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열패감에 빠지는 일이 다였을 터. '2018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1057만원)과 5분위 가구의 소득 격차는 약 13배까지 벌어졌다.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자산 격차 역시 7배에 근접했다. 굳이 상위 1%의 수준을 따지지 않더라도 차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버티는 삶'을 선택한 이에게 '결핍'을 벗어날 동력이 남아 있을까. '결핍의 경제학'을 쓴 센딜 멀레이너선 하버드대 교수와 엘다 샤퍼 프린스턴대 교수의 '터널링(tunnelling)' 효과를 차용하면 그저 버티는 삶으로는 희망이 없다. 잃는 게 더 많은 탓이다. 단절된 기억을 이어갈 골든타임이 흘러간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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