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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베트남이 쓸 南北美 화해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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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남과 북은 이 땅에서 벌어진 6ㆍ25전쟁에 이어 또 다른 전쟁에서도 맞섰다. 그곳은 베트남이다. 비록 직접적으로 교전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까지 파병해 남과 북이 맞섰다는 것은 6ㆍ25에 이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제2막이었다.

사실상 미국과 북베트남의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에 우리는 총 32만여명을 파병해 5000명이나 되는 사상자를 냈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 개발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했고, 파병을 자처했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가 시 북의 도발을 우려한 미국은 주저했지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결국 한국의 참전을 허용했다. 미국이 제공한 경제 개발 차관과 참전 군인들의 급여는 한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됐다. 참전용사들의 피가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됐다는 의미다.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우리의 관계에 앞선다. 비슷한 시기 개전한 6ㆍ25와 인도차이나전쟁은 북한과 북베트남의 관계를 가깝게 했다. 두 나라는 서로의 전쟁을 반침략 제국 항쟁으로 표현했다. 북베트남과 북한은 6ㆍ25와 인도차이나전쟁 종료 후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양국 고위 인사의 교류도 빈번했다. 호찌민 베트남 주석이 1957년 북한을, 김일성 북한 주석이 다음 해 베트남을 상호 방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베트남전 참전은 미국에 맞선다는 명분이 컸다. 김 주석은 베트남전쟁을 단순하게 보지 않았다. 베트남전쟁을 사회주의 진영의 안정과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규정하고 베트남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숭고한 국제주의적 의리와 의무라고 했다.

6ㆍ25에서 미국 전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북한은 이번에는 베트남에 공군 전투기를 보냈다. 상황이 달라졌다. 그곳에서 북한의 전투기가 미국 전투기를 격추하기에 이르렀다. 14명의 북한군 전사자의 피는 양국 관계를 혈맹으로 부르는 토대가 됐다. 반대로 남베트남 패망과 함께 한국은 베트남에서 사라졌다.
역사는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황 반전의 계기는 베트남과 미국의 수교였다. 한ㆍ베트남 수교 27년째인 현재, 과거 베트남에서 코리아를 상징하던 북한의 위상은 찾기가 어렵다. 이유는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베트남 전국에는 한국의 투자 열기가 가득하다.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베트남의 상징이 됐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겠다며 문을 걸어 잠근 사이 과거 북한의 원조를 받았던 베트남은 이제 북한이 따라야 할 경제 개발 모델이 됐다. 심지어 베트남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할 숙제를 받은 '브이키스트'도 우리가 지원해 설립 중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베트남 개최 추진은 어찌 보면 숙명이다. 서로 총부리를 대고도 우방이 될 수 있는데 같은 민족끼리는 안 될 이유가 없다.

화해의 결과는 달다. 한국의 투자 덕에 베트남 경제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한국 간판과 상점이 곳곳에 자리 잡은 하노이를 방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핵만 포기한다면 베트남이 누린 한국과의 경제 협력 효과를 북한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않을까. 더 이상 비핵화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점을 베트남이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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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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