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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가정 양립의 문화 정착을 위하여

최종수정 2019.01.11 11:30 기사입력 2019.01.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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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가정 양립의 문화 정착을 위하여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 등이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삶을 추구하는 추세는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일ㆍ가정양립위원회와 여성특별위원회는 변호사의 일ㆍ가정양립실태와 근무환경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과거 여성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벗어나 가사ㆍ육아의 공동책임자인 남성 변호사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응답한 변호사는 총 1248명(남성 660명ㆍ여성 588명)이다.

결과에 따르면 일ㆍ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시간 부족'이었다. 응답자의 89.9%가 주중 시간외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5회 이상 시간외 근무하는 응답자도 18.6%에 달했다. 성별로 보면 주3회 이상 시간외 근무한다는 응답 비율이 남성에게서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로 보면 20대의 응답 비율이 34.7%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결과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는지에 대한 설문에는 긍정적(23%)보다 압도적으로 부정적 응답(42.5%)이 높았다.

변호사의 업무 특성상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장시간의 근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간외 근무에 대한 추가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서도 74.7%가 그렇다고 했다.

또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정생활이나 개인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설문 결과 가장 큰 영향으로는 육체적 피로(51.1%)를 꼽았다. 이 외에도 개인 여가 시간 부족(25.7%), 출산 및 자녀 양육 포기(8.6%), 시간 부족으로 인한 가정불화(7.3%) 등이었다. 장시간 근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정생활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이는 곧 가정에서의 출산ㆍ육아ㆍ소통 등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변호사를 대상으로 육아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충분한 육아시간을 갖지 못해 자녀의 심리적 안정성이 염려된다는 응답이 1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외에도 자녀의 교육문제(학습보조ㆍ학부모 역할 병행 등)에 대한 관여도가 낮아짐(16.7%), 육아도우미ㆍ시설선택 요령이 부족함(15.2%), 직업적 특성상 근무시간에 자녀가 아파도 함께 할 수 없음(14.9%), 경제적 부담(14.2%) 등의 순으로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응답했다. 그 외 육아과정의 어려움으로는 대리양육자 조달의 어려움, 보육시설 이용의 어려움, 자녀와의 시간 부족, 방학 시 양육의 어려움, 체력 부족 등이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향후 직장에서 시행되기를 원하는 일ㆍ가정 양립제도를 조사한 결과 유연근무제의 시행을 원하는 비율이 47.8%로 가장 높았다. 남성의 육아휴직제도(38.8%), 직장 어린이집 운영(33.8%), 남녀근로자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30.2%),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제도(29.9%), 여성의 육아휴직제도(29.0%) 등이 다음을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유연근무제'에 대한 요청이다. 어린 자녀가 갑자기 아프거나 대리양육자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양육 공백이 생기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경험하곤 한다. 이 경우 긴급 상황에 대비해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유연근무제'가 시행된다면 돌발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유연근무제의 적극적 도입은 일ㆍ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사회의 초석이 될 것이다.

또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일ㆍ가정 양립제도에 대한 요청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과거에는 주로 사회생활을 하는 남성이 가정의 부양자로서 장시간 근무하고 고강도의 업무를 수행한 반면 이제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함께 남녀 역할 구분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부모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보장되고 동등하게 육아 참여의 기회가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남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수적인 시대다. 업계 전반, 소속원 그리고 사회의 근본적 태도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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