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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北 비핵화 드라마의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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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시나리오는 극을 구성하는 뼈대다. 뼈대가 튼튼해야 흥미진진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 시나리오 분석가인 사이드 필드는 자신의 저서 '시나리오란 무엇인가'에서 시나리오의 핵심을 3막 구조로 규정한다. 3막 구조가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에 가장 좋다는 의미이다. 4막, 5막 극도 가능하지만 압축적이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3막 구조로 대부분의 영화, 드라마, 뮤지컬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통상 1막은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부분이다. 주제를 알려주고 등장인물들의 성격,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이 드러난다. 1막에서 관객의 시선을 잡지 못하면 관객들은 이내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때문에 주인공들의 성격을 잘 보여주며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상상이 가능하도록 관객들과의 밀당이 필요하다.
2막은 극의 중심이다. 1막에서 제시된 상황과 인물 등의 설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어려움이나 갈등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 지가 영화의 성공과 결부된다. 허술한 시나리오는 이 부분에서 맹점을 보인다. 등장인물 간 갈등이 지속되며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면 성공적 2막인 셈이다.

3막은 극의 결론이다. 3막은 극의 모든 갈등을 종결하고 마무리를 하는 부분이다. 3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맥스다. 클라이맥스가 극을 극도의 긴장으로 몰아갈수록 흥행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클라이맥스를 지나며 모든 갈등은 해소되고 결말이 이뤄진다.

3막 구조를 북한 비핵화 문제에 접목해보자. 북한 비핵화 드라마의 1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작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속속 주연급으로 합류했다. 김 위원장은 핵, 미사일을 앞세워 미국과 치열한 갈등을 야기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북한이 했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케 하며 세계를 경악시켰다. 전쟁이 임박한 듯했다. 마치 3막에 등장해야 할 결론이 1막에 등장한 것 같았다.
2막의 시작도 김 위원장의 몫이었다. 2018년 김 위원장의 신년사로 상황이 반전됐다.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을 통해 밀당이 시작됐다. 2막은 곧 막을 내린다. 연내 2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되면서 클라이맥스는 2019년에 시작될 3막에서 등장하게 됐다.

3막의 시작도 김 위원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년사를 통해 내놓는 메시지에 미국이 어떻게 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 드라마 1막, 2막은 전 세계적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제 3막을 희극으로 끝낼지 비극으로 마무리할지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다. 최근 북ㆍ미 양측은 신경전을 계속하면서도 서로에게 비수가 될 카드는 꺼내지 않고 있다. 협상의 판을 깨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결단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거들 뿐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리얼리티쇼에서 유행시킨 "넌 해고야"라는 말은 언제 김 위원장에게 날릴 것인지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그 전에 클라이맥스가 나와야 한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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