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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군인이 집으로 돌아간다면/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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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집으로 돌아간다면
철모는 항아리가 되어 빗물을 받고
벗어던진 군복은 단풍처럼 가볍게 썩어 가겠지
탱크는 호미가 되고
행군은 산책이 되고
깃발은 억새꽃이 되고
사리원 지나 평양 지나 영변 방면으로
평택 지나 대전 지나 밀양 방면으로
풀씨들이 탄창을 풀고 튄다면
군인이 집으로 돌아간다면
기다리던 애인은
수백 번 혼례식을 치르고
수백 채 집을 지었다가 다시 짓고
수백 명 아이를 낳아 숲속에 풀어놓을 거야
군인이 대문의 이마를 밀고 들어선다는
상상만 해도
어깨 펼치고 서 있던 큰 것들은 무너지겠지만
엎드리고 있던 작은 것들은 무너지지 않지
국가는 소멸해도 가족은 밥은 먹고
장강의 서사시가 찢어져도
저녁 벤치에서 연애시는 읽힐 거야
군인이 집으로 돌아간다면
길가에 술집 대신 꽃집들이 바글바글할 걸
꽃들의 핏줄 속으로 강이 흐를 거니까
국경의 관절이 움직일 거야

[오후 한 詩]군인이 집으로 돌아간다면/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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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9.19 군사 합의서'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시범 철수 대상 GP 각각 11개 중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다만 남북은 각각 1개의 GP에 한해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했다. 남북은 또한 GP 시범 철수 상호 검증을 위해 현장검증반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오솔길을 새로 개척했다. 북측은 남북 현장검증반이 만나는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에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황색기를 설치했다."(<아시아경제>, 2018.12.12, 7면) 드디어 "국경의 관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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