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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비움의 미학

최종수정 2018.12.12 12:00 기사입력 2018.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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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작가

김수영 작가

우리의 심리 상태는 주변 환경과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지금 주변을 돌아보라. 내 방, 사무실 책상, 차 안은 어떤 모습인가. 당신의 공간이 당신의 삶을 보여준다. 어질러진 방에서 전염된 무기력증과 무질서는 마음가짐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정말 중요한 일에 써야 할 에너지가 낭비된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작은 문제들을 방치하고 살다 보면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은 아예 손댈 수도 없게 되니, 인생을 바꾸는 첫 단추는 청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꿈 목록을 쓴 것도 대청소 이후였다. 대학 졸업 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반지하 방에 살면서 동생에게 밥을 차려주고 허둥지둥 출근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느라 멍 때리거나 실수하는 바람에 상사에게 혼나고, 귀갓길엔 돈을 보내달라는 엄마와 전화로 한참 싸우고, 집에 와선 잠들 때까지 리얼리티 쇼나 보면서 나는 왜 이 모양인가를 한탄하던 시절이었다. 내 인생에 짜증이 나서 미칠 것만 같던 무렵 집 안의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렸다. 대청소를 통해 나를 비울 대로 비우고 나자 새로운 삶을 위한 내면의 공간이 확보됐다.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내 꿈 목록을 완성했다. 이미 삶의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졌기에 목록을 쓰자마자 첫 번째 목표인 '인생의 두 번째 3분의 1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기'를 실천하기 위해 미련 없이 영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이처럼 인생을 청소하고 싶다면 생활 공간부터 청소해야 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해보자. 옷장과 화장대, 신발장은 간단하다. 이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나 신발을 지난 1년간 착용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살을 빼면 입겠다거나 유행이 돌아오면 입겠다는 것들은 과감하게 헌옷 수거함으로 보내자. 화장품은 지난 6개월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면 앞으로도 쓸 일이 없을 테니 곧바로 정리하자.

책장에 꽂힌 책 중 정말 꼭 다시 읽을 계획이 있는 책이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보다가 네 생각이 났어'라는 메모와 함께 선물해주자. 그렇지 않은 책이라면 중고 서점에 내다 팔거나 과감히 동네 도서관이나 학교에 기증하자. 책상 서랍 안의 중요한 서류들은 스캔해서 외장 하드에 잘 백업해두고, 다시 쓸 일 없는 회의록, 리포트 자료, 워크북 같은 종이 뭉치들은 과감히 재활용 박스로 보내자.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에게 받은 편지들은 예쁜 박스에 담아 우울한 날 열어볼 수 있는 마음의 구급상자로 활용하자.

이젠 주방과 화장실이다. 묵은 때부터 깨끗이 닦아내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들과 안 먹는 음식들은 싹 갖다 버리자. 아무렇게나 비닐봉지에 삐죽삐죽 담겨 있는 식재료들은 밀폐 용기에 깔끔하게 담아두는 것도 좋다. 마트에서 1+1이라고, 묶음 판매한다고 필요 이상으로 샀다가 버리는 물건들을 보면 다음에 장을 볼 때는 필요한 만큼만 사게 될 것이다. 여기저기서 받아온 구질구질한 머그잔들은 버리고 특별한 날을 위해 구석에 넣어둔 예쁜 다기를 꺼내 차 한잔 마셔보자.
사실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1년간 세계 일주를 하면서 20㎏짜리 배낭이 내 삶의 전부였지만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가끔 욕심을 내 쇼핑이라도 하면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져 배낭 안의 다른 물건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짐이 가벼워지면 그만큼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많을수록 당신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듯,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줄어든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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