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현대시는 몇 편 혹은 때론 시집 한 권을 다 얽어 읽어야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그 까닭은 현대시의 처소인 인간의 내면이 그만큼 다양한 주름들과 겹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만 해도 그렇다. '담쟁이'로 표상된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시적 화자 간의 관계는 단선적이지 않다. 예컨대 "지독한 행복"이라든지 "빛나는 상처"라든지 "당신을 열면 당신이 사라질까 봐"라는 구절들은 단지 역설이거나 반어가 아니라 몇 마디 말로는 결코 해명할 수 없을 생의 온갖 굴곡들이 부풀어 오르거나 깊이 패인 "기척"들인 셈이다. 그런데 그 "기척"들은 과연 그립기만 했을까. 안타깝게도 배영옥 시인은 올 여름에 타계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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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까지 가능…'블랙박스'에 가려진 AI 위험...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