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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국경제 비상사태,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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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국가비상사태론이 나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영국특파원단을 만나 던진 말이다. 경기가 침체냐 위기냐를 뛰어넘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사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장기적 침체국면에 있는 한국경제의 체질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다면 점진적 하강국면에다 가속페달을 아주 세게 밟았다는 비난이 가능할 뿐이다.
장 교수 말대로 경제가 장기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투자 등 생산요소의 투입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하며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총 고정투자율은 1991년 41.2%로 40%를 넘어선 이후 1992년 한해(39.7%)를 제외하고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7년까지 40%대를 유지했다. 이후 30%대로 떨어진 투자율은 2011년 이후에는 30% 미만으로 하강했다. 2016년과 2017년에 소폭으로 30%대를 회복했을 뿐이다.

투자율이 낮아진데 더해 생산성에도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생산성 증가율을 보자. 전체생산성에서 노동과 자본의 양적 증가에 따른 생산성 증가분을 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평균 3.84%(1998년은 제외)를 유지했다. 이것이 2001~2010년에는 3.03%로 낮아졌다가 2011년 이후에는 1.05%로 급격히 하락했다. 투자는 하락하고 생산성은 더욱 낮아지고. 그래서 국가비상사태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이러한 경제의 장기적 기조를 뒤엎을 만한 대안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국가경제 비상사태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안을 마련하려면 한국경제가 비상사태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없다.

일자리 창출이 해법이라고? 예산을 쏟아붓는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말하는 일자리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다. 1년짜리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혁신 없이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종업원 100명 이상 신생기업의 숫자를 보자. 2011년 142개 였던 것이 2016년에는 65개로 줄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왜 우리의 투자가 부진해졌는가? 투자여력이 가장 큰 대기업집단을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을 잘해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으면 삼성 같은 대기업과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한국의 기업생태계를 살펴 보자. 삼성 등 대기업이 있고 이들에 납품하는 하청 중견ㆍ중소기업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내수기반의 열악한 중소기업들이다. 이러한 취약한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소득불균형 문제도 노동자 계층내 임금격차에서 근인을 찾을 수 있다. 5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5인 미만 소기업 임금의 비율이 미국은 78.8%, 일본 65.1% 인데 한국은 32.6%라는 통계가 보도됐다. 대기업이 하청기업을 쥐어짜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 근로자들은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왜 이렇게 높아졌을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귀족노조의 철밥통 때문이다.

인위적 분배개선은 하지하수(下之下手)다. 성장동력 확충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찾아 개선하는 데 올인하는 게 상지상수(上之上手)일 것이다. 답이 없는가. 아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정답을 애써 외면하거나 정답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와 정치력이 부재할 뿐이다. 잠재성장률 만큼만 성장하면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그것에 만족하다 보면 한국경제는 개발역사상 처음으로 후대가 선대보다 못 사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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