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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그래봤자 독서, 그래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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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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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국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 매년 12월이면 반스앤노블은 연말 선물 추천순위를 발표한다. 서점이 발표하는 추천리스트인 만큼, 여기에는 추천도서도 당연히 포함된다. 친구나 가족 뿐 아니라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는 교통경찰, 아파트 관리인에게까지 연말 선물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미국에선 반스앤노블의 선물 리스트가 매년 주목받는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충격적인 선물 목록 결과가 발표됐다. 올해 발표된 20개 연말선물 후보 중 책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책이 단 한 권도 포함되지 않았었다. 대형 서점 체인애서 내놓은 올해의 연말 추천선물에는 인공지능(AI) 스마트홈 기기인 구글 홈 미니, 방향제, 털장갑, 붓그림 도구, 양말 등이 포함됐고 책은 오직 한 권 뿐이었다. 목록에 포함된 책도 '집안 꾸미기'에 대한 인테리어 서적이다.

2016년에만 해도 반스앤노블은 40개의 선물 리스트 중 7권의 책을 포함시켰고, 연말 직전 '마지막에 구매할 만한 선물' 19개 중에는 5권의 서적이 포함됐다.

반스앤노블의 연말 선물 리스트는, 최근 미국사회가 얼마나 책에 관심이 없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반스앤노블의 동일매장 매출은 직전해보다 890만달러 줄었다. 이 중에서 서적 분야 매출만 따지면 1300만달러 감소했다. 그나마 서점에서 파는 비서적 매출이 410만달러 늘면서 하락 폭을 줄인 것이다.
마켓워치는 "워낙 책을 안 읽다보니, 미 최대 서점이 이제는 연말 선물로 책을 추천하기를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2003년과 2016년 사이 평균 미국인이 매일 독서에 쓴 시간은 평균 0.36시간에서 0.29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왜 갈수록 책을 안 읽는 걸까.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독서 시간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꼽았다.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들, 돈 벌기가 급급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책을 읽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는 얘기다. 반면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오히려 책을 주로 읽는 사람들이 책에 소비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책을 주로 읽는 사람들이 매일 독서에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은 2003년 1.39시간에서 1.48시간으로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듯이 텔레비전 역시 독서량이 줄어드는 주된 요인이다. 뉴요커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텔레비전을 매일 시청하는 사람의 비중은 약 80%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매일 책을 읽는 사람 비중(20%)보다 네 배나 높은 숫자다. 2003년 하루 평균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3.28시간에서 2016년 3.45시간까지 늘어났다.

한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통계는 매년 나온다. 왜 우리는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말하면 더 이상 책이 필요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들 하는데, 마음의 양식을 얻으며 내 세계를 넓혀가기에 우리는 너무 바쁘고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어릴적 위인전이나 소설을 읽으며 설렜던, '나는 앞으로 이런 삶을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그 마음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이 아닐까. 때문에 서점 베스트셀러 칸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들만 가득해졌다. 그런 책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와 희망을 꿈꾸며 책을 고르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살기가 바쁘고 팍팍해도, 올 연말엔 책 한 권을 선물해보려 하는 이유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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