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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잦은 청약제도 변경, 선의의 피해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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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10월 말 현재 2433만7365명이다. 올해 통계청의 추계인구 5163만5256명 중 47.1%가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 정도는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무주택자라면 아파트 청약 기능 외에도 소득공제와 비교적 높은 예금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청약통장 가입이 사회초년생들의 내 집 마련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현 정부는 만혼과 저출산 문제를 분양시장의 주거 지원과 접목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을 결혼 7년 차 이내로 완화하고 임기 내 신혼희망타운 15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9ㆍ21 부동산 공급대책에선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 대규모 공공택지 4~5개를 조성해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아파트 선분양 보증 시 주변 시세의 10% 이상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억제하고 있다.
지난 4~5년간 다락같이 오른 집값에 고민하던 실수요자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고무돼 아파트 분양시장에 언제든 줄을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인기 사업장은 '로또분양'으로 불리며 10만명 이상의 청약자가 몰려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낸다. 전국 청약 1순위자만 1309만8240명이다. 이들 모두 정부의 청약제도 변화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분양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이 같은 기대감과 달리 정부의 정책 운용과 설계는 세심함이 부족해 보인다. 무주택자 위주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고 가수요를 몰아낸다는 대전제하에서 청약제도를 손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투기 억제 및 경기 조절에 집중한 나머지 잦은 청약제도 변경과 규제 위주의 정책 운영을 고수해 억울한 청약 부적격자를 양산한다는 게 문제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은 지난해 7번, 올해 4번 등 2년 동안 총 11번이나 개정됐다. 청약을 준비하는 대기자는 복잡한 청약제도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투기과열지구ㆍ청약과열지구ㆍ조정대상지역ㆍ청약위축지역 등 규제지역의 종류에 따라 적용되는 전매 제한기간과 청약 1순위 자격이 다르다. 때론 택지지구 규모 및 전용면적 유형에 따라 지역 우선공급 비중과 가점ㆍ추첨제 비중이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조성한 공공택지는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에 따라 전매 규제 및 실거주 의무 조건에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득ㆍ자산 기준, 주택 수, 세대주 및 과거 5년 내 재당첨 여부, 분양권ㆍ입주권 보유 여부 등 스스로 가려내야 할 청약 기준이 너무 많다. 신혼부부ㆍ노부모 부양ㆍ다자녀가구 등 특정 계층을 위한 특별공급 청약 자격과 가산점 배정 기준은 더욱 복잡하다.
특히 9ㆍ13 대책의 후속조치로 추진하고 있는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은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추첨제를 통해 아파트를 공급받은 1주택자는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 처분을 완료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것에 더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시장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처분하지 못한 경우)을 받거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기 변동에 따라 거래량이 급격히 위축된 주택시장에서 집을 팔지 못하는 경우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새 아파트의 공급계약만 취소하면 됐지 과태료와 징역ㆍ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수분양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정처분이다.

최근엔 부적격자의 분양권을 매입했다가 분양권을 잃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합법적 방법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했어도 매도인이 부적격자 판정을 받으면 매수인의 권리가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분양권이 취소된 일부 소유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주택 실수요자는 분양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에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땜질식의 잦은 제도 변경과 일관성 없는 예외가 복잡한 청약제도를 만들고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실수요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분양시장에 줄을 선 다양한 실수요자들이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며 손쉽게 청약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관련 법을 개선하고, 이제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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