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 목적은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사에서 음식의 맛이나 동반자, 분위기보다도 영양소의 섭취가 더욱 중요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는 영양소의 부족이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그 이후 선진국들의 농업생산성과 소득이 높아지자 영양 부족으로 생기는 질병은 줄고, 고혈압, 당뇨병, 비만과 같이 영양이 넘쳐서 발생하는 질병이 급격히 늘어났다.
소화기 암과 고혈압, 당뇨병,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의 증가는 우리의 식생활에 문제가 많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명품식사라 할 수 있는 생명식(생명이야기 33편과 34편 참조)을 생활화하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적절히 알려지지 않다 보니, 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에 편승하여 돈을 벌려고 만들어진 각종 식이요법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식이요법은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소화를 원활하게 해 주는 원칙적인 식사법이 아니며,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효과를 이용하여 화려하게 포장한 짝퉁 식사법이다. 돈벌이가 될 만한 식품을 골라 가공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재료와 가공하는 기계 또는 가공한 식품을 비싸게 판다.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한 경우가 많고, 요법끼리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식이요법의 또 하나의 문제는 식이요법으로 먹는 식품은 대체로 가공하는 경우가 많아 영양소를 너무 쉽게 섭취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건강 관련 전문기관들은 모든 영양소는 식품을 통해서 섭취하되, 적게 가공한 다양한 식물성 음식을 통째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며, 수많은 연구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의 식품 가이드라인이 채소는 다양한 색깔로 골고루, 과일은 통 과일로, 곡물은 반 이상을 통 곡식으로 먹을 것을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이요법으로 가공된 식품을 많이 먹으면, 영양소의 섭취가 쉬워지므로 소화기의 역할이 줄어들어 소화기능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적절히 들어있는 이상적인 영양제를 만들어 그것만을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소화기는 별로 노력하지도 않고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쉽게 흡수할 수 있어 좋아할지 모르지만, 오래 지속되면 음식물 분쇄나 각종 소화효소의 생산과 분비 같은 기능은 차츰 사라지고, 단순한 흡수 기능만 남을 것이다. 합성 비타민C나 건강보조식품을 포함하여 식이요법으로 먹는 각종 식품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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