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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백석과 윤동주, 그리고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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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시인은 함경남도 함흥의 영생고보 교사였다. 회식 자리에서 그녀, 기생 김진향을 만났고 '자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시절, 나타샤는 시인을 사랑했고 눈은 푹푹 나려 온통 흰 세상에서 흰 당나귀가 '응앙응앙' 좋아 울었다. '하얀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자야와 헤어지게 됐다. 채 피워보지 못했던 첫 사랑 여인은 절친했던 백석의 친구와 결혼했다. 북방의 중국 장춘 지역에 머무르며 쓴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중 일부다. 창백한 사랑은 그의 것이었다. 세월은 대구국과 '벌써 생긴 어린 것'이 쓸쓸한 바람벽을 스치게 한다.

백석이 남한에서 낸 시집은 '사슴' 한 권, 그나마도 100부만 출간됐다. 시인 윤동주는 '사슴'을 구하지 못하자 도서관에서 빌려 밤을 새워 필사했다고 한다. '별 헤는 밤'을 비롯한 윤동주의 작품들은 백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故) 노회찬 의원도 백석의 시집을 찾았었다. 그는 2012년 9월, 트위터를 통해 절판된 백석 시집을 헌 책으로 주문했더니 대구의 한 책방에서 보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 책이 이 밤 저에게 위안이 될 지…"라고 했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하는 기자회견을 한 날이었다.
노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했던 이는 최근 특검의 요구로 허위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주에 비견되는 한 사람의 생명이다. 진실이 엄중하게 규명되기를 바란다.

백석은 북한에 있으면서 창작보다는 번역 활동을 하다가 국영협동농장에서 양치기로 일했다. 이미 1962년 절필해 1996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주는 일본 유학시절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돼 29세의 나이에 옥사했다.

이 세상에 맑고 정(精)한 존재들은, 대체로 가엽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흰 바람벽이 있어' 중)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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