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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민이 주도하는 지방행정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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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보호구역임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친 경험이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딸아이가 "아빠, 여기 학교 앞인데 천천히 가야지"라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머쓱해졌다.

B시에서 동네 마트를 운영하는 박모씨에게는 매일 술을 사가는 단골손님이 있다. 자포자기식 생활을 하는 손님이 걱정되지만 어디에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고 혹시나 복잡한 절차가 뒤따를 것만 같아 매번 신고를 주저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각종 생활문제에 마주하고 있다. 김씨 사례처럼 교통안전시설임을 알아차리지 못해 본의 아니게 안전을 소홀할 수 있고, 박씨처럼 주민과의 소통창구가 복잡해 누군가의 위태로운 삶이 방치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애정을 갖고 주민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주민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광주광역시 교통정책과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검은색 신호등과 눈에 잘 띄지 않는 횡단보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운전자 입장에서 잘 인지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했고, 노란색 신호등과 눈에 잘 띄는 어린이보호구역 표준모델을 개발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신고를 주저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읽었다. 복지 사각지대와 관련된 소통창구를 하나의 전화번호로 통일했고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까지 이어지게 해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하는 데 주저함이 없게 만들었다.

위 사례와 같이 주민 일상에서 불편함을 없애고 주민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지방행정혁신이다. 지난 3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자체도 자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며 동참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노력이 주민 삶의 행복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바로 지방행정혁신의 과정을 주민이 함께하고 주도해야 한다. 실제 정책 수요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 과정에도 참여하는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세스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 일례로 대구에는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위원회가 있다. 각종 청년 정책들이 여러 부서에 흩어져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의견을 존중한 것이다. 이에 청년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청년들이 본인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과 집행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도 '청년완주 JUMP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문제의 당사자인 지역 청년들이 주도해 본인들이 맞닥뜨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 있다.

청년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 모두가 이처럼 지방행정혁신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 세종시에는 '시민의 도전! 똑똑세종 실험실'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시민 참여가 아이디어 제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정책화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에는 '내가 시장이라면' 아이디어 실행대회가 있는데 동네를 변화시키는 작업에 초등학생까지 참여한다. 행정안전부도 주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직접참여제도, 주민자치회 등을 활성화해나갈 계획이다.

주민 참여는 세계적인 정부혁신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지난해 정부혁신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정부혁신이란 주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주민들이 정부와 함께 미래를 설계할 동반자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제 김씨는 운전 중에 어린이보호구역을 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됐다. 마트 사장 박씨는 구청의 복지 사각지대 단일 전화번호로 연락했다. 생활이 편리해지고 삶이 행복해질 주민들이 많아지도록 주민이 주도하는 지방행정혁신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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