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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형제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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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공식 집계로만 5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끔찍한 이야기가 풍문으로 떠돌 뿐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대한민국 어느 공간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그 이름은 형제복지원. 이른바 '부랑인'을 선도하겠다는 정부의 선택은 '지옥의 합법화'로 이어졌다.

부랑인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하게 사는 곳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부랑인에 대한 판단은 주먹구구였다. 14세 박모군은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 낮잠을 자다 끌려갔다. 10세도 되지 않은 여자아이는 엄마 심부름을 위해 거리에 있다가 사실상 납치됐다.
형제복지원에서 구타와 인권유린은 일상이었다. 어린 여성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됐다. 형제복지원 원생 확보는 실적이었다. 명분은 사회정화였지만, 실제로는 정부보조의 토대였다. 1987년, 35명이 탈출을 감행하면서 형제복지원의 실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문을 읽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문을 읽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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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놀랐던 이유는 '핏빛 그림자' 뒤에 가려진 몸통의 실체 때문이다. 사람을 죽여도 처벌을 받게 하지 않게 했던 존재는 다름 아닌 정부였다. 1975년 내무부 훈령 410령은 부랑인을 영장 없이 구금하도록 만들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정화를 명분으로 한 '사람 사냥'은 극에 달했다. 1986년 단속으로 부랑인 수용인원은 1만6125명으로 늘었다.
누구나 부랑인이 될 수 있었던 시절이다. 부산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은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민얼굴이다. 놀라운 사실은 형제복지원장이 구속됐지만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는 점이다. 법은 폭력을 보호했다.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종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눈물로 사과했다. 국가의 폭력을 보호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길을 가던 어린아이를 납치해도 정부의 보호를 받는 '치외법권 지대'가 이 땅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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