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인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하게 사는 곳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부랑인에 대한 판단은 주먹구구였다. 14세 박모군은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 낮잠을 자다 끌려갔다. 10세도 되지 않은 여자아이는 엄마 심부름을 위해 거리에 있다가 사실상 납치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문을 읽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형제복지원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놀랐던 이유는 '핏빛 그림자' 뒤에 가려진 몸통의 실체 때문이다. 사람을 죽여도 처벌을 받게 하지 않게 했던 존재는 다름 아닌 정부였다. 1975년 내무부 훈령 410령은 부랑인을 영장 없이 구금하도록 만들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정화를 명분으로 한 '사람 사냥'은 극에 달했다. 1986년 단속으로 부랑인 수용인원은 1만6125명으로 늘었다.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종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눈물로 사과했다. 국가의 폭력을 보호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길을 가던 어린아이를 납치해도 정부의 보호를 받는 '치외법권 지대'가 이 땅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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