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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딜 또는 노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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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상처 없는 이혼은 없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과정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깨닫는 사실이다.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던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이 25일(현지시간) EU 탈퇴 조건을 다룬 합의문 서명으로 일단락됐지만 어느 쪽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슬픈 날"이라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소감도, "모두가 패자"라는 네덜란드 총리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EU 탈퇴를 코앞에 둔 영국은 합의안을 둘러싼 강경 브렉시트파와 EU 잔류론자들의 반발까지 얽히며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날 대국민 서한을 통해 낙관론을 제시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조차 지난 몇 주간 브렉시트에 따른 손실이 결국 영국의 몫이 될 것을 우려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의 선택은 협상 없이(no deal) 떠나거나, 브렉시트도 하지 않는 것(no brexit)밖에 없다"는 그의 말은 오히려 노 브렉시트가 최선이라는 EU 잔류파의 목소리에 불을 지폈다.
이 같은 상황은 일찍이 예견돼왔다. 국민투표 직후 수장이 된 메이 총리는 EU는 탈퇴하면서도 회원국으로서의 혜택은 다 유지하겠다는 어정쩡한 리더십 하에, 국내외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브렉시트를 해야만 하는지를 담은 청사진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반면 사상 첫 회원국 탈퇴 상황에 선 EU로서는 영국 이후 그리스, 체코 등의 추가 탈퇴를 막기 위해서라도 더 강경한 자세를 띨 수 밖에 없다. 애초부터 영국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협상이었던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매튜 단코나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은 이미 망했다(doomed)"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브렉시트가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앞으로의 과정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간 메이 총리는 이른바 공멸 시나리오라고 꼽히는 '노 딜 브렉시트(아무런 협상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를 배수진으로 놓고 '딜 또는 노 딜'식의 행보를 보였다. 타협이 어려운 안건은 모두 공란으로 놔둔 채 일단 서명까지 끌고 가기 바빴던 것이다.
협상 내내 쟁점이 됐던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물론 최근 이슈로 떠오른 어업권, 지브롤터 문제, 통상 협정까지 '향후 논의한다'라는 큰 틀에 그쳤을 뿐, 진짜 합의는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변수는 더 늘었고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영국과 EU 모두 이제부터 진짜 싸움에 들어간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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