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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세무조사 때 녹음, 무엇을 두려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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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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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세무조사도 일정한 절차와 규칙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보면 운동경기와 유사하다.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은 일단 100점으로 인정받는다(성실성 추정의 원칙).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신고가 의심스럽다면 이를 검증한다(세무조사).

입증과 반증의 공방이 오간다. 공격은 과세관청이 수비는 납세자가 하는 것이 운동경기와 다를 뿐이다. 때론 심판의 눈을 속이는 비열한 반칙을 할 때도 있다. 이를 잡기 위해 축구경기에서는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도입했다.
세무조사과정도 유사하다. 막대한 세금이 추징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무엇인들 못 할까. 반칙과 편법이 오갈 수 있다. 이런 게 통하면 성실하게 납세한 사람만 억울한 것이다. 이런 점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는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할 수 있는 권리(녹음권)를 추가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무엇을 요구(공격)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아울러 납세자도 과세관청의 요구에 어떻게 답변(수비)했는지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세무조사가 법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담보하고 성실한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며 과세관청의 정당한 세무조사권 행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과세관청의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를 이리저리 피한 뒤 소송단계에서야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골라 들이미는 납세자도 많다).

녹음권이 도입되면, 사진을 찍을 때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는 것처럼, 세무공무원의 질문이 진중할 것이며 납세자의 답변도 보다 성실할 것이다. 미국 세법(IRC)은 제7602조에 과세관청 또는 납세자로 하여금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할 수 있는 규정을 명시했다. 우리나라도 행정조사 시 조사공무원과 대상자에게 녹음ㆍ녹화할 수 있는 권리를 이미 규정하고 있다(행정조사기본법 제23조). 다만 세무조사는 이 법을 직접 적용받지 않으므로 녹음권을 국세기본법에 추가하려고 할 뿐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녹음권이 도입되면 영세납세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마도 세법을 잘 모르는 납세자가 자칫 자신에게 불리할지도 모르는 진술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은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의 탈세 사실을 보고도 눈감아주라는 조항은 없다(미국이나 프랑스는 성실하고도 영세한 납세자는 세금을 탕감해주는 제도를 두고 있다).

녹음을 하면 조사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조사기법이 누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세무조사 능력이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하는 수준으로 올라오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세법의 글귀가 세무조사 현장에서는 그 뜻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납세자의 장부를'세무관서에 임의로 보관할 수 없다'는 금지조항 1개가 있다. 하지만 납세자 동의가 있으면 보관가능하다는 조항을 6개나 두고 있다. 과세관청의 보관요구를 거절할 간 큰 납세자가 있을까. 그렇게 가져간 장부를 뒤지다 보면 조사대상 이외에 다른 것도 적발돼 세금추징이 된다(검찰의 별건구속과 속성이 유사하다). 왜 나만 당하나 하는 억울한 생각도 들 것이다. 결국 금지조항은 있으나마나 한 규정인 셈이다.
이처럼 법 규정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도 빈 공간이 많다. 그 지점에 기생하는 것이 부정과 부패이고 전관예우 등이 아닐까 한다.

녹음권 도입을 반대하는 내심은 혹시 불량 세무공무원과 불성실 납세자의 은밀한 속삭임까지 녹음될까 두려워서가 아닐까? 과세관청이 녹음권 도입을 반대하면서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무엇이 두려운가.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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