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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22> 명 환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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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상대생존율이 10.8%에 지나지 않는 췌장암 환자나 26.7%인 폐암 환자를 명의로 소문난 의사가 치료한다면, 5년 생존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 시대를 뛰어 넘어 편작이나 화타,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에게 치료를 맡긴다면 나을 가능성은 얼마나 높아질 까?

중국의 명의로 알려진 편작(扁鵲)과 화타(華陀)는 주요 저서가 이름만 전해지고 있어 질병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편작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편작열전(列傳)에, 화타는 진수의 삼국지 화타전에 남아 있는 기록을 근거로 두 사람 모두 예방의학을 강조하고 실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에 UN 교육 과학 문화 기구인 유네스코(UNESCO)의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된 동의보감은 허균이 조선 14대 왕인 선조의 명을 받아 다수의 저자와 함께 집필을 시작하여 광해군 2년인 1610년에 완성하였다. 동의보감에는 건강과 질병에 대한 허균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는데,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에서는 편작이나 화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체 내부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동의보감 내경편에는 ‘지인(至人:도를 깨달은 사람)은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고, 의사는 병이 난 뒤에 다스린다. 병나기 전에 다스리는 방법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수양하는 것이 있다’며, 질병의 원인이 잘못된 생활에 있음을 전제로 ‘생명활동’에 중점을 두고 병났을 때 치료보다 병이 생기지 않도록 잘 살아서 예방하는 양생법을 강조하였다.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사람들의 몸 안에 의사가 있으며, 몸 안에 있는 의사, 곧 자연치유력이 질병을 낫게 하는 최고의 능력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이 의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적어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스스로의 의사가 되지 않으면 바보이며, 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느냐보다 그 병에 걸린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명의로 알려지고 있는 편작과 화타, 허균, 히포크라테스는 서로 다른 시대에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였지만,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질병에 걸린 다음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을 강조한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 질병의 원인이 환자의 잘못된 생활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진료에 적용하였음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네 명의의 시각으로 보면, 진정한 명의는 우리 몸 안에 준비되어 있는 자연치유 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유전학과 후성유전학의 발전으로 이 자연치유 시스템은 세포 안에 유전자의 형태로 존재함이 확인되었다. 우리의 잘못된 생활이 이 유전자의 활동을 방해하여 질병에 걸리기 때문에 질병을 낫기 위해서는 잘못된 생활을 개선하여 망가진 유전자를 회복시켜야 하는 점도 명확해졌다.

질병의 시각에서 보면 건강에 관한 최상의 전략은 세포 안에 존재하는 자연치유 시스템을 도와서 질병을 예방하는 ‘지인(至人)’이 되는 것이고, 차선의 전략은 질병에 걸린 다음에라도 정신을 차리고 잘못된 생활을 개선하여 이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명 환자’가 되어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다.

가장 나쁜 전략은 아픈 다음에도 잘못된 생활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의사의 치료에 몸을 맡기는 ‘바보 환자’가 되는 것으로 아프게 된 원인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사도 쉽게 낫게 할 수 없음을 뜻한다.

지인이 될 것인가, 명 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바보 환자가 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 중요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가 있다면 현 시대의 진정한 명의가 될 것이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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