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고]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오해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정당성 혹은 필요성 측면과 가능성 혹은 실효성 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전자의 측면에 집중해보면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 반면 대기업 역시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력이익공유제가 하나의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ㆍ중소기업 간 이익 공유를 사실상 강제하는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는 대기업의 몫을 국가가 빼앗는 것에 다름 아니며, 기업의 자율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가중됨으로써 오히려 시장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반대의 주장이 있다. 하나의 제도를 도입할지 말지를 두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간극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개진되는 주장들이 교차하면서 그 제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잠복된 대립점들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경청하면서 필자의 눈에는 한 가지 오해가 보인다. 바로 '법제화'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는 구체적으로 상생협력법의 개정을 통해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한 기업들에 제공되는 인센티브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중 핵심은 세제 혜택이다. 상생협력법에 성과공유제와 유사한 성격과 구조를 가진 제도가 하나 추가되는 것이되, '납품 전' 단계에서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와 달리 '납품 후' 단계에서 성과를 공유하자는 것이 바로 협력이익공유제다. 기존의 성과공유제에서는 협력사의 원가 절감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그 성과가 오히려 납품 단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에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성과공유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법'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실 그러한 이름을 가진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중소기업과 관련된 많은 법률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법제화될 경우 자리 잡게 될 법률인 상생협력법도 중소기업법의 하나다. 중소기업법으로 분류되는 많은 법률에 두드러지는 특징이 하나 있다. 금지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다른 법 영역과는 달리 국가가 지향할 바를 선언하고 그 방향대로 유도 혹은 권고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법은 강제력을 본질로 한다는 일반적인 이해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소기업법 역시 '국가'로 하여금 헌법이 가리키는 바에 따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의 본질에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법률상 근거를 갖게 될 경우 이것이 기업들에 법적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기업들에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지적은 일면 옳기도 하지만 일면 그르기도 하다. 이른바 유도적 성격을 갖는 제도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변화시킬 만큼의 이익이 제공되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 이익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강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른 선택이 박탈되거나 제재가 따르지 않는 한 적어도 법적인 의미에서는 강제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가 기업들을 강제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는 기업들에 선택지 하나를 더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집어들지 말지는 기업에 달렸으며, 기업들의 선택이 더없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유하는 전제이기도 하다. 법 속에 있는 무수히 많은 제도도 경쟁을 한다. 선택받는 제도들과 선택받지 못하는 제도들에는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고, 오랜 시간 선택받지 못한다면 언젠가 법전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보호ㆍ육성이라는 헌법 제123조 제3항의 명령에 직면한 국가로서는 기업들의 선택이 일정한 방향을 향하도록 실효적 지원과 혜택을 통해 유도할 의무가 있다. 적어도 이러한 의미에서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는 국가적 의무의 마땅한 이행인 것이다.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




.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