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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골 편지 4] 억새 수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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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골 편지 4] 억새 수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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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있다. 들의 빛깔이 한 주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나뭇가지를 풍성하게 뒤덮었던 단풍은 이제 점점이 남아 추억처럼 아련하다. 이제 곧 겨울이 오리라. 도시인들은 시골의 겨울을 상상하면서 반쯤은 꿈을 꾼다. 눈에 덮인 들과 꽁꽁 언 저수지, 감나무 가지에 남은 주황색 감 몇 알,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설설 끓는 가마솥, 굴뚝을 빠져나와 하늘로 치솟는 푸른 연기, 감자와 고구마와 밤 같은 먹거리. 하지만 그런 것들은 쉽게 보기 어렵다. 요즘은 이발소에도 그런 그림은 없다.

여전한 삶이 사람을 부르고 노동과 고통을 요구한다. 오전에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진 남상골. 젊은 농부는 트랙터에 시동을 걸고 여름내 잡초에 맡겨 두었던 묵은 밭을 누비기 시작했다. 다 끝나면 말을 붙이기로 하고 책 몇 줄을 읽다 보니 길 가까운 자리에 군락을 이룬 억새수풀 앞에 트랙터가 멈추었다. 젊은 농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뒤채며 흐느끼듯 하는 이 가을의 마지막 호소를 외면하지 못한 것일까. huhball@

사진=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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