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신념을 가진 이들이 함께 행동하는 것을 보며 이들의 수감 생활이 병사들의 생활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에는 대장 위에 존재한다는 병장도, 군기 잡는 상병도 없다. 가혹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 야간 근무도 없다.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훈련도 없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이 눈을 부라리는 유격 훈련도, 피 터지고 알 배고 이 갈리는 사격술예비훈련(PRI)도, 물집 잡히고 발 뒤꿈치가 까지는 행군에서도 자유다. 각종 사건 사고도 피해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교도소 내 대우도 호전됐다. 수감태도가 좋다 보니 일반 수형자에 비해 행동이 자유롭다고 한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징집제라는 국가의 정책을 거부한 이유로 수감 생활을 한다지만 어쩌면 이들에게는 종교적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헌법 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체복무가 추진되고 있다.
소수 의견 보호는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된다. 그렇다고 해도 주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모병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병역은 공평해야 한다는 사회통념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지난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지만 일부 선수들의 병역 면제로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이 역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사임을 발표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병역 특례를 받지 않고 병역의무를 다했다면 시대적 흐름과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실수를 했을까.
기간과 합숙 등이 논란이라고 한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범법자가 될 상황에서 면죄부를 받았다면 그만큼 내놓을 것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의무에 따라 입대하는 이들과 형평성이 맞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다음 주 만나 대체복무제 시행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한다. 최 위원장도 '국보' 선동열 감독처럼 국민의 정서를 착각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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