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학원은 노량진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샘학원, 정진학원도 이곳에 들어서면서 몸집은 더욱 커졌다. 노량진 경제는 재수생들이 살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후 재수학원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른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노량진의 주류로 등장했다. 공시생으로 살아가려면 숙박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고시원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노량진, 신림동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고시원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저소득 1인 가구의 대표 주거 공간이 돼 버렸다.
문제는 고시원 기본 용도를 고려할 때 정상적 주거 생활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비좁은 통로 양쪽으로 붙어 있는 방의 구조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9일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가 바로 그런 경우다. 노후 건물인 관계로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비상벨'은 정작 비상시에 작동하지 않았다. 이름만 고시원인 그 공간에는 중국인과 베트남인 등 고시와 무관한 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일상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은 오히려 늘었다는 얘기다. 누군가의 불씨 하나가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주거 환경.
그들의 열악한 삶을 방치한다면 주거 '복지' 시대는 구호로 머물 수밖에 없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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