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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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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서울 노량진이 '고시촌'의 대명사로 떠오른 것은 종로에 있던 입시 학원가의 몰락과 맞물려 있다. 1970년대 정부는 도심 기능 분산을 이유로 명문 입시학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켰다.

대성학원은 노량진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샘학원, 정진학원도 이곳에 들어서면서 몸집은 더욱 커졌다. 노량진 경제는 재수생들이 살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후 재수학원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른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노량진의 주류로 등장했다. 공시생으로 살아가려면 숙박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고시원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고시원은 원래 이름처럼 고시생들을 위한 임시 주거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싼값에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독거노인, 일용직 근로자 등으로 이용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자 고시생들이 고시원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소음 관리에 민감한 '고시생 에티켓'을 알 리 없다. 고시생 한 명 거주하지 않는 '무늬만 고시원'이 늘어난 이유다.
11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의 고인들을 추모하는 추모꽃을 비롯한 추모물품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11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의 고인들을 추모하는 추모꽃을 비롯한 추모물품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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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신림동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고시원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저소득 1인 가구의 대표 주거 공간이 돼 버렸다.
문제는 고시원 기본 용도를 고려할 때 정상적 주거 생활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비좁은 통로 양쪽으로 붙어 있는 방의 구조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9일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가 바로 그런 경우다. 노후 건물인 관계로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비상벨'은 정작 비상시에 작동하지 않았다. 이름만 고시원인 그 공간에는 중국인과 베트남인 등 고시와 무관한 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고시원은 주거 정책의 사각지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시원(고시텔),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이들은 10년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일상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은 오히려 늘었다는 얘기다. 누군가의 불씨 하나가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주거 환경.

그들의 열악한 삶을 방치한다면 주거 '복지' 시대는 구호로 머물 수밖에 없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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