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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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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백악관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은 카드를 공개하자 '정치적 올바름(PCㆍPolitical Correctness)' 논쟁이 또 불거졌다. 미국 언론은 이걸 '크리스마스 전쟁'이라고 불렀다. PC는 인종ㆍ성ㆍ종교차별 등의 언행에 반대하는 미국의 오래된 진보ㆍ개혁적 사회운동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크리스마스를 여덟 번 보내는 동안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한 번도 안 썼다. 성탄절이라는 뜻의, 종교색이 짙은 표현으로 비(非)기독교 신자나 종교가 없는 이들을 배척하면 안된다는 'PC주의'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대신 '즐거운 연말'이나 '해피 홀리데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PC에 맞서겠다"면서 "(내가 당선되면) 우리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돌이켜보면 이건 트럼프식 과격보수주의나 반(反)진보주의, 이민자ㆍ무슬림 배척, 미국 우선 또는 우월주의의 전조였던 듯하다.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앵그리 화이트(분노한 백인)'들을 포섭했다. 이른바 'PC 피로감'을 부추긴 셈이다.

이런 행보가 '이제는 괜찮다'는 사인으로 '그들'에게 다가간 걸까. 반트럼프 인사들을 향한 폭발물 소포배달 사건이나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 같은 증오범죄가 최근 빈발하고 '캐러밴(중남미 출신자들의 미국행 행렬)의 공포'가 정치구호로 동원된 건 공교롭고 찜찜하다. 총기난사로 11명이 숨진 날 밤에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경기 투수교체를 트위터로 비판하는 가벼움에 오히려 안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 공화당의 상원 수성. 현직 대통령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은 6일 중간선거의 결과를 두고 트럼프가 으레 트윗을 날렸다. "오늘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정말로 트럼프의 '굉장한 승리'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뒤따를 듯하다.

분명한 건, 오래도록 정치적 당위로 여겨진 PC 같은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유권자가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는 사실, 평소에 목소리를 숨기는 보수 백인층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선거 전 각종 악재와 탄핵 논란으로 불안했을 트럼프 입장에서는 적잖이 흥분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지난해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의 콘셉트는 종교색을 그대로 노출하는 고전(classic)이었다.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장식을 지휘했는데, 사실은 남편 트럼프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고전이라는 콘셉트가 더 짙어질지도 모른다. 별난 대통령의 첫 임기 반환점이었던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갑자기 취소된 북미 고위회담의 미래가 궁금하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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