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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트럼프와 혐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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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치러진 11ㆍ6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이른바 '혐오마케팅'이 그 어느때보다 기승을 부렸다. 캘리포니아에서 경찰관 2명을 죽인 불법 이민자 출신 범죄자 루이스 브라카몬테스를 등장시킨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던 이 캠페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매우 노골적이다. "이민자들이 당신을 죽일 것이고 이는 모두 민주당 때문이다."

결국 해당 영상은 방송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CNN은 "역대 가장 인종차별적 광고"라고 처음부터 송출을 거부했고, NBC는 이틀도 채 안돼 중단키로 했다. 심지어 '친 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마저 외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광고 효과가 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이다.
선거철 정치캠페인이 분열과 비방, 공격의 도구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1960년대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에서부터 2012년 롬니와 버락 오바마까지. 논란을 빚은 캠페인을 세자면 손가락이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처럼 노골적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명백한 편견을 자랑하는 캠페인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이민자들을 사람을 죽이려드는 범죄자로 규정했다"며 "명백한 외국인 혐오"라고 꼬집었다.

이는 적으로 규정짓고, 적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부추김으로써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트럼프식 정치전략이기도 하다. "적을 비판하는 게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최근 인터뷰는 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혐오마케팅을 손에서 놓지 않는지 짐작하게 한다.

결국 중미지역에서 가난과 폭력을 피해 미국을 향했던 이민자 행렬(캐러밴)은 만만한 공격 대상이자 표를 결집시켜 줄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광고속 내용과 달리 추방됐던 브라카몬테스가 미국에 돌아온 때가 공화당 집권시기라는 점도 씁쓸한 웃음을 낳는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빨갱이와 홍어라는 원색적 단어로 특정 집단을 규정짓고, 동성애ㆍ여성ㆍ다문화 등 소수 집단을 쉽게 혐오의 대상으로 내몬다. 샤크 슈나이더의 말처럼 민주주의에 있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혐오로 표를 사고 이기심을 채우는 극단적 전략만은 멈춰야 한다. 언제든 당신 또한, 아무런 이유 없이 적으로 내몰릴 수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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