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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끝―내 마음의 킬리만자로/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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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가
하도 고요해서

초원에서 40년 넘게 시를 기르다가
그 끝 올려다보니

이게 무슨 보람인지

허공에
큰 잎이 피어 있네
[오후 한 詩]끝―내 마음의 킬리만자로/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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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앙철 지붕으로 쏟아지는 쇠못 같은 시인이 있었다. 삭발해 버린 바위산의 공적(空寂)에다 언어를 사산해 버린 시인이 있었다. 아편을 사듯 소주 반 병을 시켜 먹고 의자 뒤로 스르르 주저앉아 못 일어나는 시인이 있었다. 불길 솟는 참나무 장작더미로 시집을 내던진 시인이 있었다. 하얀 방 한가운데 나무 의자와 함께 밤샘을 하던 시인이 있었다. 벼랑 꼭대기에 집 한 채 지어 놓고 내려오는 길을 부숴 버린 시인이 있었다. 살아생전 흙속의 어느 따스한 품을 간절히 생각하던 시인이 있었다. 신성한 숲 가운데 언 호수를 지나 마침내 그분을 찾아간 시인이 있었다. 해골이 다 된 새하얀 팔다리로 허공에 큰 잎을 피운 시인이 있었다. 고 조정권 시인이 바로 그분이다. 내일은 고 조정권 시인의 일주기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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