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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을 꿈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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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뒤처진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도대체 누가 앞서가고 있길래 다들 자기만 뒤처졌다고 하는 걸까. "모든 불행의 시작은 비교로부터 시작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우리나라처럼 잘 들어맞는 곳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을 12년쯤 받고 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에 등수를 매기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집단에 가든, 어떤 일을 하든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의식한다. 하지만 이 지구에는 당신보다 잘나가고 성공한 사람이 최소한 1억명 정도는 있다는 슬픈 사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1등이나 최고가 되려고 하면 내가 괴롭다. 행여나 각고의 노력 끝에 넘버원이 되어도 2등이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평생 넘버원으로 머무를 수는 없으니 언젠가 넘버원의 자리에서 물러 날 때는 '내가 한물 갔구나'라는 생각에 좌절을 씹어야 한다.

그렇다면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이 세상에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콘텐츠로 승부하면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음악, 미술 등 예체능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쪽으로의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이라서 아무나 노력한다고 해서 김연아나 박지성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모두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남들보다 재능이 부족하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 꿈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꿈을 이루는 과정까지 온리원을 목표로 하면 되니까.
내가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를 밟을 때의 일이다. 나름대로 몇 년간 요가를 해왔지만 1개월간 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많은 부족함을 느꼈다. 특히 요가 동작 중의 왕이라 할 수 있는 헤드스탠드(머리로만 지탱해 물구나무 서는 자세)는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고 몇몇 자세도 근력 부족으로 쉽게 무너지기 일쑤였다. 완벽한 몸매와 자세를 자랑하는 다른 동기들을 보면 위축이 되었고, 영어 네이티브가 아니다 보니 해부학 수업을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인체의 수많은 근육과 관절 그리고 뼈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기도 힘들어서 각 동작이 신체의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설명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안이하게 생각했던 중간고사에서 다른 동기들에 비해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깨닫고 좌절했다. 평소엔 온화한 웃음으로 격려해주시던 선생님조차 표정이 굳어지며 내 실수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기말고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아침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이 짧은 시간에 수천년에 걸쳐 발전해 온 요가의 세계를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며칠 사이에 신체의 모든 근육과 관절의 이름을 외울 수도 없고 하루 종일 다리를 찢고 있는다고 동작이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재능을 합쳐서 나만의 요가를 창조해보면 어떨까.'

그러자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자신있게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 요가 동작들에 살사댄스, 벨리댄스, 동물의 움직임, 스토리텔링, 노래를 가미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내 안의 우주를 여행한다는 스토리라인의 '판타지 요가'가 탄생했다. 기말고사가 다가왔고 나는 일부러 신비롭게 보이기 위해 반투명의 파란 두건을 쓰고 수업을 진행했다.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요가'라고 극찬했다. 세계 최고의 요가 강사가 될 수는 없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김수영의 판타지 요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남들과 똑같이 경쟁하려 하지 말고 나만의 장점들을 조합시켜서 나만의 분야를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회사가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다. 나의 유일한 경쟁 상대는 나 자신이니까.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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