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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갑질폭력, 양진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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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생활할 때도 그러지는 않잖아?" 며칠 전 오랜만에 모인 동창 녀석들이 웹하드 업체 대표의 직원 폭행 동영상을 보고 한 말이다. 남자들은 흔히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경험을 말할 때 군복무 이야기를 한다.

필자도 동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 조폭영화 장면이 왜 뉴스에 나오는 것인지 눈을 의심했지만 불행히도 현실이었다.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의도된 풀스윙 동작으로 부하직원의 얼굴에 폭행을 가하는 '갑'과 이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무릎까지 꿇은 상태에서 2, 3차 폭행을 당하는 '을'…. 더 참담한 장면은 아무도 말리려 들지 않고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눈앞의 잘못됨을 보고도 이들을 등 돌리게 했던 것은 무관심이라는 비겁함보다 극도의 공포감이 더 컸으리라.
이뿐인가. 이 업체의 엽기적 워크숍 동영상은 영화에서나 봄직한 웬만한 조폭들의 합숙장면을 넘어 1994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지존파 깡패들의 결속 훈련 장면을 보는 것 같아 몸서리를 치게 만들었다.

인간에게 육식이 오랜 식문화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식용가축일지라도 도살과정에서 시간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진대 자신의 새디스트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정도를 넘어 타인에게까지 이를 강요하는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듯하다.

최근 몇몇 재벌들의 갑질폭력이 심심치 않게 사회물의를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이 사건은 과연 우리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책임의식)'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넘어 고통을 느끼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조건마저도 의심하게 만든다.
왜 이런 불행이 반복되는 것일까. 사건이 언론에 의해 알려질 때마다 당사자들은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과 함께 과오를 사과했지만 진정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외형상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수렴청정을 통해 기업 의사결정을 좌우하며 피해자에게 보복하는 사례가 있었고 자신의 부를 이용, 실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솜방망이 처벌로 면책되며 얼마 가지 않아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건의 아픔이 망각되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재벌이 부를 이루는 과정에 국민과 기업 고용인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기업인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쁜 재벌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더 많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을 흐리듯이 극소수의 갑질폭력이 우리 사회 재벌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한다. 이 사건의 장본인 양진호 회장은 기업 운영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를 이 사회 갑질로 군림할 수 있게 해 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웹하드에서 음란동영상 유포의 방치, 조장이었다면 그는 범죄로 축적한 부를 이용하여 갑질폭력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그는 과거 부인과의 관계를 의심하여 모 교수에게 무자비하고 비인간적 폭력을 행사했음에도 무혐의로 종결되었고 2011년 저작권법 위반 사건 때는 100억원 정도를 물어 준 후 2~3개월 뒤에 풀려나 잔인한 보복을 가했다고 한다. 양 회장의 무자비한 갑질폭력 사태는 그만의 잘못이 아니다. 누군가 힘 있는 사람이 뒤를 봐주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면 그는 양 회장의 갑질폭력 방조범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국가기관이 이번만큼은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은 조사 과정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발본색원하여 일벌백계를 보여 주는 것이 사회계층 간 갈등을 치유하고 우리 사회가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얼마 전 작고하신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인자하신 미소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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