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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알맹이 쏙 빠진 시진핑의 시장 개방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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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중국에서 개혁·개방 1번지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는 '토종'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比亞迪)의 주 무대다. 본사가 선전시에 있을 뿐 아니라 도시를 달리는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야디가 독점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우대정책을 집중하면서 선전에서는 비야디가 가장 큰 수혜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사이 비야디 같은 토종 기업은 정부가 마련해준 각종 성장 발판을 딛고 성장가도를 달렸다. 처음 배터리사업으로 시작한 비야디는 어느새 전기자동차로 세계 1위가 되더니 이제는 전기 모노레일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
선전시에서 비야디 택시로 영업을 하는 한 택시 운전사는 선전시와 비야디의 끈끈한 관계 때문에 다른 전기차 브랜드는 선전에서 명함도 내밀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더 좋은 성능의 전기차 브랜드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원한다 해도 이미 밀착된 시 정부와 기업간 관계에 다른 기업이 끼어들 틈은 없다고 했다.

정부의 각종 우대 및 보호정책이 없었다면 비야디는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었을까. 중국 정부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을 펴면서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곳도 비야디다. 지난해부터 비야디의 실적이 눈에띄게 고꾸라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축소로 전기차 사업의 전반적 수익이 크게 줄고 있어서다.

각종 산업 보조금 및 세제혜택, 규제완화, 입찰 특혜 등이 유독 중국 토종 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 시장에 진출해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을 하고 싶어하는 외국계 기업들에는 좌절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외국계 기업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외국계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정부의 주장과 다르다.
'시진핑의 도시'로 불리며 중국 정부가 국책과제로 베이징 인근에 짓고 있는 신도시 슝안신구(雄安新區)의 경우도 중국 토종 기업들의 신기술 테스트 무대가 되고 있다. 중국 토종 기업들만을 위한 장(場)이 펼쳐지고 있는 이곳에서 외국계 기업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는 우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다. 지난 5일 개막한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시관을 꾸미고 참여하는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인터넷 검열과 중국 특유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으로 중국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외교 무대에 오를 때마다 미국을 향해 '보호주의, 일방주의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세계 각국의 공감대를 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이러한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자국 산업 및 기업 보호정책의 도움을 받아 세계 2위 자리까지 성장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기존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을 겨냥해 보호주의 및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인들은 보복이 두려워 중국에 하지 못한 불만의 말들을 미국이 총대를 매고 대신 해 주고 있다며 이번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시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를 모았던 시 주석의 수입박람회 개막 연설은 중국이 시장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또 한번 되풀이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을 뿐 알맹이가 쏙 빠져 있다. 연설 속에 무역전쟁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받고 있는 강제 기술 이전 및 정부 보조금 지급 등의 산업정책을 변경하려는 의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시 주석이 언급한 시장 개방 노력들도 말에서 그칠지 실제로 이행될지 미지수다. 지난 4월 보아오포럼 기조 연설 때 밝힌 내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내부의 '자화자찬' 분위기와는 달리 시 주석의 이번 연설은 외부적으로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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