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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투기, 제도 사각지대의 투자로 정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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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3 대책은 기존 대책들의 단점들을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발표된 정책 내용이나 뉴스에서는 투기와 투자를 혼용하고 있어 현재의 정책 기조가 무엇이고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투기와 투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하나는 규제 대상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건전하게 장려해야 한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려는 잣대는 많다. 전체 투자 기간이 어느 정도이냐를 적용할 수도 있고, 임대나 유지ㆍ관리 등 부가가치 증대 노력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합법적인 거래들을 두고 투기나 투자로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 주택시장으로 시각을 돌려 보면 중국과 홍콩,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의 주택 가격은 급등하고 있는데 대부분 중국 등의 해외 투자 수요 유입이 주된 원인이다. 홍콩은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개발업자들을 막기 위해 빈집세를 도입하고, 호주는 외국인 주택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특별부과세율을 4%에서 8%로 인상했다. 캐나다는 외국인 취득세를 도입했고 추가로 취득세율을 15%에서 20%로 인상하는 등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던 해외 투자 수요를 억제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주택시장이 투기장으로 변모했고, 해외 주요국의 주택 구입자들은 투기꾼'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해외 주요국의 정부들은 해외 투기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 조세를 강화했다는 표현도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기와 투자의 올바른 정의는 무엇일까. 가장 당연한 기준이라면 비합법적인 투자는 투기이고 그 반대인 합법적인 것이 투자일 것이다. 법 제도권하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나 사각지대를 노리는 투자가 있다면 이것은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제도라는 것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거나 건전한 시장경제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규범이나 기준이다. 따라서 투기는 불법적인 것뿐만 아니라 제도권에서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이용하거나 제도의 대상이나 범위를 벗어나 이를 악용한 거래라고 볼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을 예로 들어보면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들은 종상향 등 용적률 증가로 보유 지분의 대지권 가치가 늘어나면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제도적으로 개발 이익 환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건전한 소수의 투자자나 보유자에 더해 이를 향유하려는 수요가 집중돼 투기로 변질되는 것이다.
선분양 및 청약제도도 저렴한 가격에 사회취약계층을 위주로 우선 매입 권리를 주는 것이다. 청약 대상을 제도가 잘 걸러주지 못해 비대상자가 유입되면 이는 투기가 된다. 그리고 청약제도의 본 목적인 실제 거주가 아닌 분양권 전매 등으로 자본이득을 향유할 수 있게 방관하면 이런 경우도 투기로 이어지게 된다.

마지막 예로 전세대출의 경우 실제로 집이 없는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한다면 투기가 된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로 전세를 얻고 여유자금으로 다른 주택에 투자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전세대출제도를 악용한 투기가 된다.

이렇듯 제도권하에서 합법적인 모든 거래가 투자로 정의되려면 제도가 사각지대 없이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 만약 투기라고 표현한다면 그것은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봐야 한다. 먼 미래에 시장 활성화 조치가 필요한 시장 상황이 되더라도 불법적인 투기를 조성하는 대책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하거나 전매를 완화한다면 투기를 조성하는 대책이라고 간주해야 맞을 것이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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