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 투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하나는 규제 대상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건전하게 장려해야 한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려는 잣대는 많다. 전체 투자 기간이 어느 정도이냐를 적용할 수도 있고, 임대나 유지ㆍ관리 등 부가가치 증대 노력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합법적인 거래들을 두고 투기나 투자로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투기와 투자의 올바른 정의는 무엇일까. 가장 당연한 기준이라면 비합법적인 투자는 투기이고 그 반대인 합법적인 것이 투자일 것이다. 법 제도권하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나 사각지대를 노리는 투자가 있다면 이것은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제도라는 것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거나 건전한 시장경제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규범이나 기준이다. 따라서 투기는 불법적인 것뿐만 아니라 제도권에서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이용하거나 제도의 대상이나 범위를 벗어나 이를 악용한 거래라고 볼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을 예로 들어보면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들은 종상향 등 용적률 증가로 보유 지분의 대지권 가치가 늘어나면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제도적으로 개발 이익 환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건전한 소수의 투자자나 보유자에 더해 이를 향유하려는 수요가 집중돼 투기로 변질되는 것이다.
마지막 예로 전세대출의 경우 실제로 집이 없는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한다면 투기가 된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로 전세를 얻고 여유자금으로 다른 주택에 투자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전세대출제도를 악용한 투기가 된다.
이렇듯 제도권하에서 합법적인 모든 거래가 투자로 정의되려면 제도가 사각지대 없이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 만약 투기라고 표현한다면 그것은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봐야 한다. 먼 미래에 시장 활성화 조치가 필요한 시장 상황이 되더라도 불법적인 투기를 조성하는 대책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하거나 전매를 완화한다면 투기를 조성하는 대책이라고 간주해야 맞을 것이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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