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CEO칼럼] 코드 커팅과 플랫폼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최근 미디어 시장의 큰 흐름은 '코드 커팅'과 '플랫폼 교체'다. 가히 혁명이라 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기존 질서를 뒤집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인터넷TV(IP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그 속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미디어 권력의 이동이다. 기득권 미디어들이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표 집착형' 질서에 머무는 동안 소비자들은 이미 개인 맞춤형 질서로 넘어가 버렸다. 필요할 때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과 시장이 변한 것이다. 미디어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비실시간으로 언제든 제공해주는 플랫폼이 새 강자로 등장해 시장을 포식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강력한 추천 알고리즘과 영상기술을 기반으로 190개국에 1억2500만명(2018년 4월 기준)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한국에서도 약 3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국내 동영상 시장은 물론 검색 시장에서 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튜브는 동영상 시장 점유율이 74.9%에 달한다. 특히 초등학생 같은 저연령층의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일이다. 이른바 '코드 커팅' 시대에 국내 유료방송업계가 해외 '슈퍼 플랫폼'에 잠실 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기술력과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운 두 공룡의 기세는 당분간 그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디어혁명이 글로벌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안 국내 미디어 업계는 현명한 대응을 하지 못해왔다.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뉴미디어 경쟁력을 개척하기 보다는 점유율 경쟁, 사용료 의존에 지나치게 매몰돼온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간 가입자 쟁탈전, 지상파 TV와 유료방송사 간 재전송료 다툼, 플랫폼 사업자와 프로그램공급자(PP)간 사용료 갈등, TV 홈쇼핑업체와 플랫폼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충돌 등 해법 없는 무질서가 방치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대응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한류 확산을 지속하려면 소모적인 다툼을 멈추고 원만한 협의와 협력이 절실하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상파ㆍ케이블ㆍ통신사 등으로 산재해 있는 OTT만이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특징으로 흔히들 초연결사회를 꼽는다. 초연결사회에서 기득권은 무의미하다고 많은 학자들이 조언한다. 기존 사업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력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급격하게 변해버린 소비자의 이용행태를 무시한 채 기득권 지키기에만 나선다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책 당국도 이 난맥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줄곧 중요 정책기조로 다뤄온 ICT산업의 육성을 위해 더 늦지 않게 정부와 산업현장이 머리를 맞대고 지향점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