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가 인터넷TV(IP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그 속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미디어 권력의 이동이다. 기득권 미디어들이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표 집착형' 질서에 머무는 동안 소비자들은 이미 개인 맞춤형 질서로 넘어가 버렸다. 필요할 때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과 시장이 변한 것이다. 미디어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력한 기술력과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운 두 공룡의 기세는 당분간 그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디어혁명이 글로벌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안 국내 미디어 업계는 현명한 대응을 하지 못해왔다.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뉴미디어 경쟁력을 개척하기 보다는 점유율 경쟁, 사용료 의존에 지나치게 매몰돼온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간 가입자 쟁탈전, 지상파 TV와 유료방송사 간 재전송료 다툼, 플랫폼 사업자와 프로그램공급자(PP)간 사용료 갈등, TV 홈쇼핑업체와 플랫폼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충돌 등 해법 없는 무질서가 방치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대응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한류 확산을 지속하려면 소모적인 다툼을 멈추고 원만한 협의와 협력이 절실하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상파ㆍ케이블ㆍ통신사 등으로 산재해 있는 OTT만이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책 당국도 이 난맥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줄곧 중요 정책기조로 다뤄온 ICT산업의 육성을 위해 더 늦지 않게 정부와 산업현장이 머리를 맞대고 지향점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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