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은 말이 많은 편이다. 꿀 먹은 벙어리야 왜 없겠는가. 하지만 탁주 집에서 입을 털어내기로 작정하면 소설가 이길 장사가 없다. 소설가의 토로는 고독을 반영한다. 고독은 비밀에서 오고 비밀은 체험에서 온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확신해도 좋다.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한 글자 한 획, 말줄임표 하나에 이르기까지 소설가의 언어 아닌 곳이 없다. 가령 샨사(山颯)가 쓴 '천안문'이나 '바둑 두는 여자'를 읽을 때. 우리는 소녀의 붉은 뺨을 에일 듯 스치는 대륙의 겨울바람을 느끼지 않는가. 그 바람, 그 쓰라림은 모두 현실이며 샨사와 우리가 공유하는 체험이다.
프랑스에 귀화한 그는 1997년 프랑스어 소설 '천안문'을 써서 '공쿠르 뒤 프르미에 로망상'을 받았다. 소설에서 톈안먼 사태 때 데모대에 속했던 여대생 아야메가 박해를 피해 달아난다. 마오쩌둥의 어록만이 진리라고 여기는 인민해방군 장교 자오가 그녀를 쫓는다. 자오는 아야메의 옛날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역사적 사건 속에서 근원적 자유를 향한 인간의 내적 욕망을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샨사의 재능은 경험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2006년 한국에 와서 언론과 인터뷰할 때 "어릴 때 인형을 갖고 놀지 않고 바둑, 장기, 카드 등 전략이 필요한 게임을 했다"고 기억했다. 그가 쓴 소설 '바둑 두는 여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바둑은 계산을 비웃고, 상상력을 조롱한다. 구름들의 연금술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모양 하나 하나가 모두 최초의 의도에 대한 배신인 셈이다. (중략) 바둑은 기만의 게임이다. 오직 하나의 진실, 바로 죽음을 위해 온갖 허상으로 적을 포위해야 한다."(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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