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소녀들을 아내로 맞은 남편들이 모두 군인이 되어 전쟁에 나가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묻힌 무덤에 꽃이 피는 것으로 우리 삶의 슬픈 윤회를 그리는 이 노래는 전쟁의 비극성을 아프게 고발한다.
그 노래가 새삼 떠오른 것은 '네 친구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취업 전선에 나선 질녀에게 던지던 아침 출근길에서다. 바야흐로 하반기 공채 시즌. 여대를 나온 질녀는 나름 당차게 자기 인생을 설계 중이다. 자소서와 인적성 시험, 면접에 이르는 과정 말이다. '글쎄, 이모. 다 뭐 하고 있을까. 왜 공부는 똑같이 하는데 회사에 가면 남자 천국이지.' 대학 입시보다 더 좁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지나면서 그 많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여성 인구는 총인구의 49.9%를 차지하며 2017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2.7%로 65.3%인 남학생보다 7.4% 높다. 여성고용률도 지속적 증가 추세나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에서는 여성 41.2%, 남성 26.3%로 큰 차이가 난다. 여성의 월평균 임금도 남성의 67.2%에 그친다. 중앙정부의 여성 고위직 비율이나 여성 의원 비율에 이르면 격차가 더 벌어져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이나 공사의 여성 관리직 비율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가 비교적 평등하다고 여겨지는 대학에서 보직 교수의 비율 또한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
'교수님이 그래도 사람 보는 눈 있으셨나봐. 난 끝까지 공부하진 못했을 거야.' 겸양의 말을 하는 친구는 지금 외국계 회사 부사장이 되었지만 얼마나 많은 고투를 거쳤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공부가 좋아 공부를 계속한 나는 그런 조언이 없었기에 겁 없이 이 길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의 건설적 구성원으로 여성의 목소리와 몫을 제대로 키워주는 과제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시험대로 남아있다. 교실에서 만나는 이 많은 여학생들이 40, 50대 관리자의 위치까지 살아남아 우리 사회 양성평등의 리트머스를 입증하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할까.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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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