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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리미엄 여객선, 첫발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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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도까지 기울어지는 안락한 좌석, 개인 모니터와 테이블.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에서나 볼 수 있던 서비스가 고속버스에도 도입됐다.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그것이다. 고속철도와 국내선 저가 항공이 활성화되면서 승객과 매출액이 감소한 고속버스 업계가 중장거리 이동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 운임이 30% 정도 비싸서 '과연 잘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투입노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업계의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은 듯하다.

버스를 비롯한 육상 교통수단들이 저마다 서비스의 질을 경쟁적으로 높여 나가고 있는 지금 해상교통은 어떠할까. 연륙교가 놓인 섬이나 제주도를 제외하면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은 연안여객선이 사실상 유일하다.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과 여행객 등 연간 1600만명이 이용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지만 노후화된 시설과 낙후된 서비스로 그간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연안여객선사들의 열악한 경영여건이 그 주된 원인 중 하나이다.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영세업체가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영업이익이 제한적이어서 고급 서비스를 위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안여객선사들은 사용연한이 다 찰 때까지 선박을 운항하다가 교체시기가 되면 해외에서 중고선박을 구입해 오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노후 여객선은 이용객의 불편은 물론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정부는 선사들이 새로운 선박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건조 비용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카페리와 초쾌속선을 국내에서 건조할 경우 건조가액의 50%까지를 15년간 무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선사들이 큰 비용을 부담하며 선박 건조에 나설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2016년 한 선사와 중견 조선소가 이 펀드를 지원받아 선박 건조를 시작했고 마침내 여객 1180명과 차량 150대를 동시에 선적할 수 있는 2만t급 최신식 대형 카페리선이 탄생해 완도~제주항로에 본격적 취항을 앞두고 있다. 이 카페리선은 국제기준을 상회하는 안전시설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다여행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크루즈급 객실과 공연장, 피크닉존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은 만들면서 여객선 건조에는 무관심했던 지난 현실 속에서 이번 카페리선 건조 및 취항의 의미는 크다. 국내 조선소에서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건조한 금번 1호 선박이 연안여객선 현대화와 고급화의 바람을 일으킬 마중물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선사가 새로운 선박에 투자하고 국내 조선업계에는 새로운 일감이 많이 생겨나는 '해운ㆍ조선 상생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여객선은 안전성과 편의성,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해상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의 대상을 다양화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고자 한다. 앞으로 연안여객선이 더욱 새로워진 모습으로 거듭남으로써 섬을 오가는 모든 국민들에게 더욱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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