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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올 겨울 중국發 미세먼지 더 짙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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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已經習慣了(이미 익숙해졌다)"

베이징의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하루종일 200㎍/㎥을 넘었던 지난 15일. 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놀이터 역시 아이와 함께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상적인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36~75㎍/㎥) 수준만 되어도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한채 거리를 다니는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한 베이징 시민은 스모그가 이렇게 심각한데 마스크도 안쓴 채 외출을 했냐는 질문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답했다.

겨울이면 미세먼지 농도가 중국 기준 최고 위험 수준인 300㎍/㎥을 넘어가는 날도 수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200㎍/㎥을 갓 넘는 이정도 스모그는 호들갑떨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날이 추워지면 스모그가 시작되는 게 일상처럼 돼 버려 이제는 마스크 없이도 잘 다닐 수 있다는 말이 왠지 짠하게 느껴졌다.

매년 코앞에 있는 건물이 신기루처럼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극심한 스모그가 반복되는 중국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연 평균 권고 수준(10㎍/㎥)을 몇 십배가 넘는 정도의 스모그는 이제 별일 아닌 게 되어 버린 것이다.
반면 '하필' 베이징의 PM2.5 농도가 228㎍/㎥을 기록했던 지난 22일 국정감사를 위해 주중대사관을 찾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은 심각한 미세먼지 수준에 혀를 찼다. 외통위원들은 노영민 주중대사에게 심각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우리가 이에 대해 너무 소극적 대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질책했다. 우리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에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을 어필하고 필요할 경우 소송을 해서라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근본적으로 한국의 대기오염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중국을 이해시킬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노 대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중 양국이 공동조사를 통해 현재의 환경오염에 대한 원인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매년 되풀이될 때마다 한국에서는 이를 일시적으로나마 줄이기 위한 각종 '미봉책'들이 쏟아지고 심지어 반중정서까지 짙어지는 상황에서 한중간 문제 해결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다. 올해 6월이 돼서야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하나인 한ㆍ중 환경협력센터가 개소했고 오는 12월에나 한중 환경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첫 국장급 회의를 연다.

심지어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완화하는 등 문제 해결에서 한발 더 멀어져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성 등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지난해 대비 3%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지난 8월 발표한 5% 감축 목표에서 후퇴했다. 지난해 발표한 전년 대비 15% 감축 목표에 비하면 5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때만 해도 최대한 깨끗한 베이징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의무적인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대처로 대기오염물질을 절반 이상 감축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지금은 미세먼지 감축에 힘을 빼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예년과 똑같이 우리정부가 중국에 제대로 된 항의도, 문제해결책 제시 압박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 겨울도 한국의 하늘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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