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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방어적ㆍ소극적 의료행위로 환자 피해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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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걱정 마세요. 수술 잘 될 겁니다. 완치를 장담합니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의사가 몇이나 될까. 안타깝게도 모든 수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환자의 경우는 수술 중 사망할 수도 있기에 함부로 결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술 성공률이 낮다해서 주저하고만 있겠는가. 집도의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그저 혼신을 다해 수술에 임할 뿐이다. 결과에 대해서는 예후와 경과가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바람과 실상이 때론 다를 수 있다.

연 300만건.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의 의료기관에서 크고 작은 수술들이 이뤄지고 있다. 집도의와 마취의, 간호사 등 여러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손발을 맞춰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한다. 진단과 검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병변이 발견될 수도, 바이탈 사인이 갑자기 불안정해지기도 하는 등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난다. 이렇듯 수술실이라는 공간은 항시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에서 필사적으로 생명을 살리고자 사투해야 하는 극한의 현장이다. 다시 말해 최선을 다하고도 결과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것이 의료현장의 특성이다.
이런 공간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결과의 좋고 나쁨에 대한 절대적 보장이 불가능한 수술실에 CCTV 설치는, 의료진이 소신대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끔 손발을 옥죄는 것이며 의학적 판단에 재갈을 물리는 처사다. CCTV가 설치되는 순간 의사가 최선을 다한 그 과정에서의 가치는 오간 데 없어지고 오직 수술의 결과만이 남게 될 것이다. 제3의 시선이 감시하는 상태에서 의료진은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게 되고, 환자의 생사 또는 예후, 만족도와 호불호에 대해 무조건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용도로 CCTV 촬영본은 악용될 것이 뻔하다.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최근 이슈가 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고 엄중한 처벌을 통해 근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이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강한 징계를 주장하고 있는 사항이다. 극히 소수에서 일어나는 범죄행위를 염려해 전체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마치 잠재적 범법자로 전제하고 감시망을 갖추겠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수술현장을 위태롭게 만드는 위험한 시도다. 굳이 CCTV 설치가 아니더라도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의사단체에 자율 처벌권 부여를 통한 정화 등 대안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보안전문가가 포진된 금융기관 등에서도 해킹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개별 의료기관의 개인정보 보안 관리에 충분한 안전성이 담보될지 우려스럽다.
모든 처방에는 득과 실이 있다. 치료효과가 뛰어나면 미미한 부작용은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훨씬 클 때 그 처방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수술실 CCTV가 바로 그렇다. 수술실에서 의료진과 환자는 서로 의심과 반목의 대상으로 만나선 안된다. 무한한 신뢰의 관계로 서로를 대해야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CCTV로 감시당하는 현실에서 젊은 의학도들이 선뜻 외과계열을 지원할 리 만무하다. 의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술을 유감없이 펼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술현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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