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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자기'는 되고 '욱일기'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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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일본 외무성은 지난 11일 제주 해군 국제 관함식(觀艦式)에서 한국이 좌승함(座乘艦ㆍ대통령이 탑승하는 사열함)에 조선 수군의 대장기인 '수자기(帥字旗)'를 게양한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부에 항의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 침략에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의 상징 깃발이 게양된 데 대해 문제 삼은 것이다.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ㆍ욱일기)' 게양을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의 방침이 모순됐다는 주장이다.
보수 성향의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호주ㆍ태국ㆍ싱가포르ㆍ캐나다 등이 '국제 상식'에 따라 군함기를 내리지 않고 참가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주장인즉슨 '욱일기는 안 되면서 이순신의 수자기는 왜 되느냐'는 것이다. 해군은 "대한민국과 전 세계 해군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기리며 제주 관함식 좌승함에 수자기를 게양했다"고 밝혔다.

욱일기는 군국주의 일본이 한국ㆍ중국 등 주변국을 침략하고 미국ㆍ영국ㆍ호주 등 연합군과 싸울 때 사용한 '전범기'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영해를 지킨 조선 수군의 수자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수자기 하면 떠오르는 깃발이 또 하나 있다. 대한제국 시대 의병(義兵)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나왔던 수자기로 1871년 신미양요 당시 강화도 광성보를 지키던 어재연 장군의 대장기가 바로 그것이다.

깃발은 어재연 장군 등 350여명의 조선군이 장렬히 전사하면서 미군의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는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140여년이나 전시돼 있다 136년만인 2007년 임대 형식으로 돌아온 쓰라린 우리 역사의 상징이다.

그러나 욱일기는 무엇인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과 함께 욱일기 사용을 중단했다 1954년 육상자위대ㆍ해상자위대 창설과 함께 이를 자위대기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해상자위대는 군국주의 일본 군기인 욱일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1954년 자위함기 선정 당시 "욱일기를 그대로 쓰는 것은 정세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도 일본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던 침략의 상징인 것이다.

육상자위대는 그나마 눈치가 보였는지 욱일기 햇살을 8조로 변경해 쓰고 있다.

욱일기란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야욕이 담긴 깃발이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혐한(嫌韓) 시위에 욱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제주 관함식 불참은 우리 정부 내에서 좌승함을 '독도함'으로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되자 부랴부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함이 좌승함으로 바뀌면 일본 자위대는 '독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함정에 경례하며 사열 받아야 했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오는 25일 '독도의 날'에 앞서 국정감사 현장시찰 차원에서 22일 독도를 방문한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미야코시 미쓰히로(宮腰光寬) 일본 영토문제담당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미야코시 영토문제담당상은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가 역사적 사실에 비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확하게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도발했다.

일본은 이런 생떼로 분란을 조장하면서 전쟁가능국가로 도약하려 애쓰고 있다. 욱일기에 감춰진 침략 야욕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수자기는 되고 욱일기는 안 된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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