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근육통을 앓은 날씨
먹다 남은 두부가 식탁에 놓여 있다
이황이 머물던 진경산수를 헐값에 장만했다더니
주인은 천 원 속 암자까지 신발도 없이 걸어갔을 것이다
빈센트의 구두 한 켤레 문 앞에 그대로 있다
이 집 주인은 새벽에 폐지를 줍는 사람
손수레 가득 상자들의 자리싸움
사발면 위에 초코파이까지 얹으면 천 원이 석 장
언제 저리 관직 마다한 귀한 소나무 심고
물고기 뛰노는 전원주택 지었을까
식탁에 놓여 있는 정원 한 장은 낙화의 시간을 지나왔다
나룻배 가득 지폐 석 장 싣고 당도한 곳은 먹빛 바랜 집
창문에 방충망 걸어 놓은 거미가 밤새 먼지 세는 곳
나는 주인이 미처 끄지 못한 변방의 촛불을 읽는다
상한 두부는 그 자리에 두어도 좋다고 적혀 있다
주인은 풍경화의 소실점 되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
꼬깃꼬깃 구겨진 구름 한 점과
허공의 소유권 다투고 있을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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