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김상현은 민들레를 볼 수 없었다. 그는 책임을 강조했고 목숨으로 증명했다. 임금의 치욕은 이미 그에게 죽음을 의미했다. 김상현과 최명길은 '진짜'였다. 다른 길을 말했지만 한 치의 허위가 없었다. 하지만 허섭스레기 같은 허례를 읊어대며, 가면 뒤에서 자신들의 안위에만 급급했던 다른 신하들은 '가짜'다.
'남한산성'의 흥행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물론 만듦새와 흥행이 비례하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하나, 치욕의 역사는 불편한 진실이다. 영화 '안시성'의 흥행 질주와 대비된다. 고대 동북아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전투의 승자, '삼전도의 굴욕'에 앞선 가슴 뛰는 고구려의 추억들은 찬연한 떨림이다. 희열이다. 역대 한국 영화 최대 흥행작 역시 '명량', 승리의 역사다.
지지하고 모셨던 두 명의 대통령이 수십년의 극형에 처해질 정도로 '가짜'였음이 드러났지만 팽팽한 얼굴로 태연한 이들을 본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세상 살기는 편할 것이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헷갈리면 곤란하다. 대통령 치매설, 전용기 태극기 미부착설, 북한의 국민연금 200조원 요구설 등. 합리적 의심과 구분해 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저 발 디딜 곳이 사라진 이들을 위한 용도다. '가짜의 추억'을 붙들고 사는 이들의 인지부조화를 부추기는 해악일 따름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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