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지금 돌이켜보면 아현동 고개 어디쯤에 집결하라고, 거기서 출석을 부른다고 엄포를 놓았기에 아침부터 서둘러 어찌어찌 집결지로 갔다. 하지만 웬걸! 서울 시내 중학생은 모조리 모여들었는지 차도가 안 보일 지경이어서 출석 체크는커녕 대통령 일행의 차량 구경도 못 했다. 길을 몰라 시청까지 걸어나와 간신히 집으로 돌아갔으니 어린 마음에 이런 곤욕도 없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는 기업 차원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정치ㆍ외교 문제이고, 특구 조성은 말 그대로 앞으로 '협의'할 문제다. 아무리 대기업 총수라 해도 풀 수 없는 문제이고 이들이 당장 평양으로 달려갈 만큼 급한 일이 아니기에 드는 의문이다.
우선 이들의 참석 배경이 궁금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8일 경제인들의 방북과 관련해 "방북 수행단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결정했다"며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을 부인했다. 이는 뒤이어 나온, "우리가 꼭 오시라고 했다"는 한 북한 측 인사의 발언과 배치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뇌물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이 부회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6일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되고, 일은 일"이라 설명했는데 그 '일'은 과연 무엇인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 방미 때 정경유착, 배임ㆍ횡령 혐의 등을 이유로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배제된 사례와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던 걸까.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경협은 큰 몫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평양 공동선언이 훗날 남북 통일로 가는 길에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기업인들을 50년 전 중학생들처럼 '병풍'으로 동원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무지한 장삼이사의 생각뿐일까.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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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