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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국 정상에서 마윈과 판빙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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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왜 갑자기 은퇴 발표를 했을까. 마 회장의 갑작스런 은퇴 계획 발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안겼다. 알리바바를 어느 정도 키웠으니 이제는 교육과 자선사업에 전념하고 싶다는 게 마 회장이 밝힌 은퇴 이유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기업이 한창 잘 나갈때 창업자가 '이제 그만'을 외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은퇴 계획 속에 숨은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갖은 추측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마 회장에게 "젊은데 왜 은퇴하려 하냐"며 속내를 물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마 회장의 은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민영기업 간섭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마 회장의 아름다운 인생 2모작 계획을 아무것도 잃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으로 치부하는건 너무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순간에 산 정상에서 곤두박질친 민영기업 회장들이 수두룩한 중국에서는 이러한 추론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아무리 잘 나가던 민영기업이라도 한번 정부의 눈 밖에 나면 모든게 사라지는 곳이 중국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는 잘 나가던 민영 보험회사였던 안방보험을 이끌다 불법자금과 권력남용 혐의로 갑자기 구속됐고 중국 보험감독위원회가 회사를 접수했다.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기업인 화신에너지 역시 예젠밍(葉簡明) 회장이 돈세탁 혐의 등으로 구금돼 조사를 받은 뒤 경영권이 상하이 시 정부 소유의 궈성그룹에 넘어갔다. 잘 나가던 민영기업 회장이 다양한 이유로 구속되고 그 사이 중국 국유자본이 대규모로 수혈되면서 정부가 민영기업을 접수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우창(吳强)은 민영기업의 국유화 사례가 최근 수년간 늘어나고 있으며 국유자본 개입형식도 이전의 직접적인 몰수와 공사합병 형식에 비해 한층 은밀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마 회장의 은퇴를 둘러싼 각종 추측들은 이중계약에 따른 탈세혐의로 논란이 됐던 중국 연예계 톱스타인 판빙빙(范氷氷)의 두문불출 사건과도 시기가 맞물려 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한 판빙빙은 이중계약에 따른 탈세혐의를 받고 당국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갑자기 사라진 뒤 100일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그녀를 조사한 중국 정부 역시 그녀의 혐의와 조사내용, 행방과 관련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중국 영화계 스타 사회책임 연구보고서'에서 그녀를 꼴찌인 0점으로 평가하면서 그녀의 신변에 분명 문제가 생겼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법을 어기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게 마땅하지만 중국에서는 당국의 상황 설명 없이 당사자만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과도한 비밀수사와 언론통제는 중국이 과연 현대화된 법치국가가 맞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중국에서는 '부의 균등', '사치 금지' 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정부가 사회적으로 유명한 판빙빙을 희생양으로 삼아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주려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불평등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는 인민 달래기 차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위험수준을 넘어 0.467까지 상승한 상황. 0~1로 표시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인데 유엔은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0.4로 제시하고 있다.

배경이 어찌됐든 재계와 연예계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뽐내며 정점에 있던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뒤에 힘센 정부가 있을 것이란 얘기들이 왜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봐야 한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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