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CEO칼럼] 금리인상과 신흥국 리스크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 미ㆍ중 간 무역분쟁 격화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매크로 환경이 점차 악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터키나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시장은 자본 유출로 인한 충격으로 금융불안이 경제위기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ㆍ중국(G2)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을 걱정할 정도로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이러한 리스크환경의 본질은 금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심연에 미국의 금리정책이 있다.

금리사이클은 4~5년간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10년 주기로 움직이는 경기 주기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어느 나라도 금리가 재편하는 금융 질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4년 금리주기' 때는 미국이 1년간 7차례에 걸친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독주하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했던 경험이 있다. 반면 '2004년 금리주기' 때는 미국이 3년간 17차례에 걸친 완만한 금리인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신흥국 모두 성장을 공유했던 시기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주기를 보면 미국과 신흥국 간의 성장률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려웠던 '94년 금리주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관건은 실물지표 개선을 기반으로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의 금리정책이다.
올해 초만 해도 미 연준은 3회 금리인상을 예고(Forward Guidance)했지만 지난 7월에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견고해 연내 4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언급한 '다소 제한적'(somewhat restrictive) 금리는 사실상 연준이 중립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성장률을 제한하는 금리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3% 대에 진입한 실업률, 3% 경제성장률 전망치, 3% 진입을 목전에 둔 물가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을 재촉하는 연준의 긴축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금리환경 변화는 그간 저금리 환경에 익숙해진 신흥국 경제가 금리충격에 노출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터키의 리라화나 아르헨티나 페소는 60% 이상 절하되었고, 최근에는 한중 간 무역분쟁에 따른 여파로 중국의 위안화 가치마저 급락한 바 있다. 이처럼 위기 전이 징후가 빈번해짐에 따라 금융리스크가 신흥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외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본흐름의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은 금리나 환율환경 등 시장리스크에 노출된 취약부문을 진단하고, 사전 대응과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제부문의 금리 위험은 신흥국 부채리스크(de-leveraging)를 들 수 있는데, 충격 경로는 부채 특성에 따라 나라별로 상이하다. 중국 경제의 경우 기업부채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채가 중국의 신용팽창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16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상과 맞물려 기업 구조조정 압력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 경제의 부채리스크로는 단연 가계부채 문제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가계가 저금리 구간에서 부채를 덜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대출(약 371조원ㆍ2018년 3월 현재)을 포함할 경우 실질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0%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금리 상승 시 부채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나 한계가구 등을 중심으로 가계 디레버리징(household de-leveraging ㆍ 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국면)이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험적으로, 금융리스크는 금리인상이 종료되는 시점을 전후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금리주기(2015~2020년)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과 가계부문은 지금보다 더욱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