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시론] 누가 정의를 훔치는가

최종수정 2018.09.14 13:52 기사입력 2018.09.14 11:50

댓글쓰기

[시론] 누가 정의를 훔치는가
며칠 전 한 형사법정에서 피고인 A씨와 재판장인 B부장판사 간에 벌어진 언쟁은 의미심장하다. 절도혐의로 4년형이 선고된 A씨는 재판장을 향해 "대법원장, 판사는 누구 하나 처벌하는 것 없고, 판사 조사하려고 해도 다른 판사가 빠꾸(기각)시킨다.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B판사도 감정이 격해져 "당신은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 감치에 처해야겠다"고 맞받았다는게 한 신문의 전언이다. A씨의 이날 항변은 ‘사법농단’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

이들의 언쟁 소식에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잘했다고 박수 쳐줬을거다”(mir***)“ ″맞는 말이다. 판사는 저 절도범보다 나은 게 없다. 절도범은 죗값을 치르고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지는 않으니 말이다”(리**’) “저 사람은 물건만 훔쳤지만 판사들은 정의를 훔쳤다(바*)” “범죄자들이 판결하는 개그같은 현실에 범죄자들이 판사를 인정할까? 국제사회가 웃을 일이다(길*)” “지들은 나쁜 짓 감추고 국민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판단한다는 자체가 우습다.”(독*)

압수수색의 경우 통상 10건당 9건 꼴로 영장 발부를 해주고 있는데 비해,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10건당 9건이 기각되고 있다. 심판 대상인 법원이 심판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건건이 퇴짜를 놓아 증거 수집을 방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엔 각종 기밀 문건들을 유출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전직 판사가 검찰의 영장 청구와 법원의 영장 기각이 거듭되는 사이 모든 증거를 인멸하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졌다.

도대체 이런 기각사태를 어떻게 봐야하는가. 법원의 막가파 식 제식구 감싸기인가. 아니면 양심에 따른 결정인가. 검찰은 법원의 태도를 조직적인 수사방해라고 주장하고 있고, 법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는 않는다’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등의 다양한 기각 이유를 대고 있고, 검찰은 법원의 주장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둘 다 맞을 수도 있고 한 쪽이 꼼수를 부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은 말일 뿐이다. 문제는 국민이 그간의 재판을 신뢰하고, 앞으로도 법원의 재판을, 법관의 양심을 신뢰할 수 있느냐이다.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기관답게 지금 사태에 대해 과연 당당하게 임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앞의 댓글처럼 되지도 않은 말로 정의를 훔치는지, 당당하게 시민적 직업적 양심에 따라 정의에 봉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법관이 동료 법관을 사찰하고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을 대상으로 작업을 했다는 정황은 법원 자체조사에서 이미 드러났다. 지금은 더 확실한 진상규명과 함께 관련자 문책을 위한 걸음을 떼고 있는 단계이다. 사법농단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장대로 나라를 바로 세우느냐, 나랏 문을 닫아야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작금의 상황에서도 믿어야 하는 것은 결국 법관 개개인의 양심밖에 없는가. 바쁜 국민이 또 나서서 ‘불량 법관’을 가리고 내쫓아야 하는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