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그 시대에 책을 읽었던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소설이나 수필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입방아에 올랐을 때나 어떤 사실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있을 때마다 '소설'이라는 단어를 들먹인다. 적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말은 '참'이고, 의혹받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소설 같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최근 물의를 일으켰던 소위 '드루킹' 사건을 해명하는 발언이 그 하나의 예이다. 사건 연루의 당사자는 " '선플(긍정적 댓글) 운동'을 하는 줄 알았을 뿐 킹크랩과 같은 불법적인 댓글조작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드루킹 측 주장에 대해 "소설 같은 황당한 얘기" 라고 일축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또한 그가 후보자일 때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입니다. 검찰에 검은 거래까지 제안했다는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뻔한 얘기를 바로 기사화하고 있는 ○○일보는 같은 한 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걸로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저도 잘못 본 것이고 우리 경남도민도 잘못 본 것입니다"는 보도도 접한 적 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한 환기나 진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소설 같은 황당한 얘기" 또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이라는 말을 써서 소설을 비하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뿐이다.
또 몇 달 전, 어떤 높은 분은 국무회의에서 "미약한 정책은 수필같은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때도 '수필'을 미약하다는 의미로 비유했다. 어떤 의도로 그런 무책임한 발언으로 글쓰는 사람들을 화나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착잡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작금의 문학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말로 주목받던 정치계의 어떤 분의 말, "같은 말이지만 깊은 말은 담(譚)이고, 독자적인 말은 어(語)이고, 소설적인 말은 화(話)이고, 질서 있는 말은 논(論)이며, 체계 있는 말은 강(講)이다"는 방언에 다소 위안을 느끼게 된다. 어떤 책에 근거를 두고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이 가을에는 책을 더 읽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책 읽는 국민이 되기 위해서.
유한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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