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징수는 납세자와 일정한 연관을 맺고 있는 자로 하여금 납세자가 낼 세금을 '대신' 걷어서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자신의 비용과 부담으로 타인의 세금을 국가를 위해 대신 거두어 주는 것이다. 회사가 매달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원천징수제도는 징세의 편의를 높여 주고, 탈세를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가 1만명의 종업원을 쫓아가 세금을 걷는 대신 1개의 회사를 상대로 초기 단계에서 손쉽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이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도 소득세를 매월 분납하면 일시 납부 부담이 경감된다. 근로소득만 있는 납세자는 연말정산으로 종합소득세 신고의무에서도 면제된다. 이러한 순기능 덕분에 2016년 기준 국세세수 242조원 중 원천징수세액은 54조원으로 약 22.3%를 차지하고 있다.
원천징수제도에서는 원천납세의무자 대신 원천징수의무자가 국가와의 법률관계의 전면에 등장한다. 원천징수의무자는 원천납세의무자에게 소득금액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세액을 공제해 국가에 납부하게 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원천징수의무자는 국가에 대해 '공법상의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의무이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소득의 실질귀속자와 소득의 성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요구권도 없는 터라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국에 거래상대방이 소재하는 국제거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본세에 더해 가산세를 부과받고, 심한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까지 받기도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원천징수제도가 과세행정을 위한 효율적인 제도라는 점에는 이견을 달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원천징수의무자는 원천납세의무자의 세금징수를 위해 국가의 사무를 대신 수행하는 공무수탁사인에 지나지 않고, 국가의 조세행정에 협력하는 제3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이다. 또한 원천징수의무자가 '대신 수행'해주는 국가의 과세행정에 대한 협력의무는, 헌법상의 납세의무가 아닌 법률상의 의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천징수제도를 운용함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상의 사례와 같이 대표이사의 횡령에 대해 피해자인 회사에 대표이사의 소득세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원천징수제도의 과도한 확대 적용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크기 때문에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조세부담이나 형사처벌이 너무 과중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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