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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문제는 국위 선양이다

최종수정 2018.09.07 11:50 기사입력 2018.09.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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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문제는 국위 선양이다
'오지환' 이야기부터 해보자. 맞다. 요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소속 선수 말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별로 기여한 바도 없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해서 '지명대주자'니 하는 조롱이 쏟아지는 등 '오지환 사태'가 벌어지고, 이를 계기로 병역 특례제도 개선을 위한 '오지환법'이 거론되는 '국민 밉상'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선동열 사태' 'KBO법'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오지환 본인이 금메달을 받아 군에 가지 않기 위해 입영을 연기했다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그가 그런 '꼼수'를 부렸다 해도 대표선수로 선발되지 못했으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잔치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서서 프로 선수들만으로 대표단을 구성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난리가 벌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법도 아닌 터에 오지환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솔직히 이야기해보자. 대한민국 남성 중에 기꺼운 마음으로 군에 갔거나 간 이가 얼마나 될까. 설사 흔쾌히 병역 의무를 마쳤다 해도 훗날 '어떻게 하든 군대에 가지 말 걸'이라 후회하지 않은 이는 또 얼마나 될까. 그러니 합법적 특혜인 병역 특례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아니, 그보다는 그 명분인 '국위 선양'이 문제다. '국위'란 무엇인가. 국위(國威)의 사전적 풀이는 '나라의 권위나 위력'이다. 요즘 말로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라 하겠는데, 이를테면 'Korea'에 대한 지명도나 호감도를 뜻한다 하겠다.

한데 '국위'에 목매는 것, 버려야 할 구태다. 국제적 스포츠 대회, 음악 콩쿠르의 메달이나 입상에 국운이 걸린 듯 일희일비하는 것은 가발이 최대 수출품이고, 국제박람회 한국관에서 고작 불고기가 인기 품목이고, 더그 함마슐드나 우 탄트 같은 유엔 사무총장 이름이 사회시험 문제로 나오던 시절에나 통할 법한 이야기다. 올림픽 한 번 열지 못한 스위스, 덴마크나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우리나라에 뒤지는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이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라 할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고, 선진국 그룹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된 지 오래인 마당에 그런 일엔 의연한 것이 오히려 국격(國格)에 어울린다 하면 무리한 주장일까.

명성이나 권위를 널리 떨치게 한다는 '선양(宣揚)'도 문제다. 누가, 어떻게 선양의 정도를 재고, 평가할까. 이를테면 고전음악 콩쿠르의 수상은 병역 특례 대상이 되면서 대중음악의 눈부신 성과는 제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지명도라 하면 후자가 더 크지 않을까. 또 있다. '대장금'이나 '태양의 후예' 등 중동이나 남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는 TV드라마의 출연자는 어떤가. 당장 일각에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에 대한 병역 혜택이 제기되는데 무슨 명분으로 이를 반대하는 걸까. 자,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란 이유로 병역 혜택에서 제외한다면 그간 병역 특례를 받은 이들 중에 진지하게 국위 선양을 목적으로 운동장이나 건반 앞에서 땀 흘리기 시작한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무엇보다 숱한 장삼이사의 잃어버린 청춘보다 이른바 '국위선양자'의 땀이 값지다고 할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그리 정했는가.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는 형평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이제는 말 많고 탈 많은 병역 특례제를 대폭 손질해야 할 때다. 전면 폐지를 포함해 혜택을 받은 이들의 수입 중 일정 부분을 국고로 환수토록 하는 수익환수제, 전성기 이후 병역의 의무를 하게 하는 지연근무제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선의 쇠망 원인으로 '삼정(三政)의 문란'이 꼽히는데 여기엔 불공정한 군역을 가리키는 군정(軍政)이 들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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